팔순 맞은 ‘토지’ 작가 박경리 씨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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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작가 박경리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팔순 축하 모임에서 사위 김지하 씨, 딸 김영주 씨, 외손자 원보 세희 씨(왼쪽부터)와 함께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원로작가 박경리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팔순 축하 모임에서 사위 김지하 씨, 딸 김영주 씨, 외손자 원보 세희 씨(왼쪽부터)와 함께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하소설 ‘토지(土地)’의 작가 박경리(朴景利) 씨가 29일 팔순을 맞았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팔순 축하 모임에 참석하러 강원 원주에서 서울로 왔다. 그는 1926년 음력 10월 28일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이날 모임에는 딸 김영주 토지문학관장과 사위인 시인 김지하(金芝河) 씨 등 가족 친지를 비롯해 문학계 학계 언론계 정계 인사 100여 명이 자리했다.

박 씨는 그간 사위 김지하 씨가 환갑연과 고희연을 제의할 때마다 “뭘 그런 걸”이라며 그냥 지나쳐 왔다. 박 씨는 이날 이렇게 말했다. “여기 선 게 염치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산 것 같아 염치없습니다. 그리고 살아서 인정 못 받은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는 이룬 것보다 인정받은 게 더 많은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후배 작가들도 여럿 참석했다. 박완서(朴婉緖) 씨가 경기 구리에서, 오정희(吳貞姬) 씨가 강원 춘천에서 찾아왔다. 경북 경주에서 온 강석경(姜石景) 씨는 ‘은잔같이 빛나는 그 정신을 흠모해 왔다’는 글과 함께 은잔을 선물했다. 차현숙 씨는 “선생님 맘을 어떻게 해야 뺏을까 고심하다가 20년 전 결혼할 때 입었던 한복을 꺼내 입고 왔다”며 큰절을 올렸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살리는 사업의 계기를 주셨다”며 공로패를 전달했고, 최열(崔冽) 환경운동연합 고문은 ‘생명의 나무’라는 이름의 브로치를 선물했다. 작가 박범신(朴範信),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金敏基), 영화감독 이광모(李廣模) 씨 등 박 씨가 세운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묵으며 작업했던 문화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현기(鄭顯琦)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박 씨의 외손자 김원보 씨를 “(외)할머니도 대작가, 아버지(김지하)도 큰 시인이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혼자 갑갑해 한다”고 익살을 섞어 소개했다. 게임 스토리를 개발하고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는 원보 씨는 “손자로서가 아니라 국민으로서 할머니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지하 씨는 “고생만 시켜드렸다. 손자 둘(원보, 세희)이 버티고 있는, 그거 하나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 김한길 의원, 이부영(李富榮) 전 의원, 유재천(劉載天) 한림대 교수, 작가 최일남(崔一男) 씨, ‘토지’를 펴낸 나남출판사 조상호(趙相浩) 사장, 양숙진 현대문학 대표, 언론인 김성우(金聖佑) 장명수(張明秀) 씨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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