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74>革(가죽 혁)

  • 입력 200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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革은 짐승의 가죽을 벗겨내 말리는 모습을 그렸다. 가죽은 털을 제거하고 무두질을 거쳐야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革에는 革職(혁직)처럼 ‘제거하다’의 뜻이, 가공해 다른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變革(변혁)이나 革命(혁명)처럼 ‘바꾸다’의 뜻이, 다시 皮革(피혁)처럼 ‘가죽제품’ 등의 뜻이 생겼다.

먼저, 가죽은 질김과 구속의 상징이었다. 예컨대, 靭(L·질길 인)은 칼날(刃·인)로 가죽(革)을 잘라보면 가죽이 얼마나 ‘질긴’지 알 수 있다는 뜻인데, 革은 韋(무두질할 위)로 대체되기도 했다. 鞏(묶을 공) 가죽(革) 끈으로 튼튼하게(K·공) 묶다는 뜻이며, K은 황토를 다지는 돌 절굿공이(工·공)를 손에 든 모습이다.

또 羈(굴레 기)는 원래 말(馬·마)에 채우는(망·망·망) 가죽(革)으로 만든 ‘고삐’를 말했다. 고삐가 채워진 말은 ‘구속되어’ 마음껏 뛰어다니지 못하고 한곳에 ‘멈추어’ 서 있어야 한다. 그래서 羈旅(기려)처럼 고향에 가지 못하고 타향에 머무는 ‘나그네’의 뜻까지 생겼다.

둘째, 가죽 제품을 지칭한다. 특히 북방에서는 말이 주요한 운송과 수송 수단이었던지라, 말에 쓰는 제품에 관련된 것이 많다. 예컨대 鞍(안장 안)은 말에 안전하게(安·안) 앉을 수 있도록 고안된 ‘안장’을, 앙(가슴걸이 앙)은 말 어깨의 중앙(央·앙)에 걸어 말의 힘을 이용하도록 고안된 ‘가슴걸이’를, 鞭(채찍 편)은 말을 부리기에 편하도록(便·편) 만든 ‘채찍’을 말한다.

이외에도 靴(신 화)는 가죽을 변화시켜(化·화) 만든 ‘구두’를, M(그네 추)는 추수(秋·추) 뒤 놀이에 쓸 그네에 다는 긴 가죽 끈을 말한다. 또 鞠(공 국)은 가죽을 뭉쳐 둥글게(국·국) 만든 ‘공’을 말하는데, 국은 두 손으로 쌀(米·미)을 ‘움켜 뜨는’ 모습을 그려 움켜쥔 두 손 모양의 동그란 모습을 말했다. 그래서 국(움킬 국)은 그런 손(手·수) 동작을, 菊(국화 국)은 그렇게 생긴 꽃을 피우는 식물(艸·초)을, 麴(누룩 국)은 곡물(麥·맥)을 발효시켜 둥글게 뭉쳐 놓은 ‘누룩’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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