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송강호 “우리는 極地사나이”

  • 입력 2005년 5월 1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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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북극원정대의 박영석 대장(왼쪽)과 영화 ‘남극일기’의 개봉을 기다리는 배우 송강호, 둘은 정말 닮았다. 평범한 외모지만 목표나 역할이 정해지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네 살 많은 박 대장이 남극일기 제작 때 자문역을 한 인연으로 형 동생 하며 지내는 두 사람이 13일 서울 세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김미옥  기자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북극원정대의 박영석 대장(왼쪽)과 영화 ‘남극일기’의 개봉을 기다리는 배우 송강호, 둘은 정말 닮았다. 평범한 외모지만 목표나 역할이 정해지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네 살 많은 박 대장이 남극일기 제작 때 자문역을 한 인연으로 형 동생 하며 지내는 두 사람이 13일 서울 세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김미옥 기자
극지(極地)를 직간접으로 체험한 두 사나이가 만났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이달 1일 북극점에 도달해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와 7대륙 최고봉 완등, 3극점 도달)을 이뤄 낸 박영석(朴英碩·42) 씨.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남극일기’에서 최대호 탐험대장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宋康昊·38) 씨.

박 씨는 귀국 다음 날이었고 송 씨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굉장히 바쁜 상황. 하지만 박 씨의 귀국 소식에 13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한 커피숍으로 달려 나온 송 씨는 무척이나 기쁜 표정이었다.

남극일기는 제작비 90억 원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전체 분량의 70%가량이 뉴질랜드 설원(雪原)에서 촬영됐다. 박 씨는 자문역으로서 영화 제작에 참여했고 이 인연으로 두 사람은 친한 사이가 됐다. “건강한 모습 뵈니까 좋네요. 현지에서 출발하던 첫날 TV에서 생중계하는 걸 봤어요. 와, 정말 영화보다 더 실감나던데요”라며 송 씨가 말문을 열었다.

영화 얘기가 나오자 촬영 현장을 곁에서 지켜봤던 박 씨는 “강호 씨. 영화에서 처음에는 멋지던데 갈수록 영 아니더라. 점점 맛이 가잖아. 대장은 대원들이 모두 퍼져도 끝까지 정신을 차려야 되는 거야”라고 한마디 건넨다. 영화 속 최 대장이 극한 상황을 겪으며 점점 미쳐 가는 상황을 두고 한 말.

두 사람은 닮았다. 평소에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때’가 오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한다는 점에서. 그렇기에 각 분야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으리라.

“2년 전 대장님을 처음 봤을 때 무척 놀랐어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줄 알았는데 같이 술자리를 해 보니까 너무 부드럽고 친한 형 같더라고요. 하지만 번뜩거리는 눈빛 하나는 못 잊겠더라고요.”

박 씨도 송 씨를 칭찬했다. “이 분야에 인이 박이지 않으면 쉽게 자세가 안 나오잖아. 그런데 강호 씨는 (원정대장 역할을) 몇 번 해 보고는 금방 자세가 나와. 역시 프로다 싶었지.”

송 씨는 북극 원정이 남극보다 훨씬 어렵다는 말에 “그러면 나중에 ‘북극일기’를 영화로 찍어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이번 원정 때 그렇게 욕을 많이 했다면서요? 욕하는 연기는 정말 자신 있어요”라며 깔깔 웃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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