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도전 끝에 이달 1일 북극점에 도달해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와 7대륙 최고봉 완등, 3극점 도달)을 이뤄 낸 박영석(朴英碩·42) 씨.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남극일기’에서 최대호 탐험대장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宋康昊·38) 씨.
박 씨는 귀국 다음 날이었고 송 씨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굉장히 바쁜 상황. 하지만 박 씨의 귀국 소식에 13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한 커피숍으로 달려 나온 송 씨는 무척이나 기쁜 표정이었다.
남극일기는 제작비 90억 원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전체 분량의 70%가량이 뉴질랜드 설원(雪原)에서 촬영됐다. 박 씨는 자문역으로서 영화 제작에 참여했고 이 인연으로 두 사람은 친한 사이가 됐다. “건강한 모습 뵈니까 좋네요. 현지에서 출발하던 첫날 TV에서 생중계하는 걸 봤어요. 와, 정말 영화보다 더 실감나던데요”라며 송 씨가 말문을 열었다.
영화 얘기가 나오자 촬영 현장을 곁에서 지켜봤던 박 씨는 “강호 씨. 영화에서 처음에는 멋지던데 갈수록 영 아니더라. 점점 맛이 가잖아. 대장은 대원들이 모두 퍼져도 끝까지 정신을 차려야 되는 거야”라고 한마디 건넨다. 영화 속 최 대장이 극한 상황을 겪으며 점점 미쳐 가는 상황을 두고 한 말.
두 사람은 닮았다. 평소에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때’가 오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한다는 점에서. 그렇기에 각 분야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으리라.
“2년 전 대장님을 처음 봤을 때 무척 놀랐어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줄 알았는데 같이 술자리를 해 보니까 너무 부드럽고 친한 형 같더라고요. 하지만 번뜩거리는 눈빛 하나는 못 잊겠더라고요.”
박 씨도 송 씨를 칭찬했다. “이 분야에 인이 박이지 않으면 쉽게 자세가 안 나오잖아. 그런데 강호 씨는 (원정대장 역할을) 몇 번 해 보고는 금방 자세가 나와. 역시 프로다 싶었지.”
송 씨는 북극 원정이 남극보다 훨씬 어렵다는 말에 “그러면 나중에 ‘북극일기’를 영화로 찍어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이번 원정 때 그렇게 욕을 많이 했다면서요? 욕하는 연기는 정말 자신 있어요”라며 깔깔 웃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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