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60>국(나라 국·에워쌀 위)

  • 입력 2005년 1월 30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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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은 갑골문에서 대부분 네모반듯하게 쌓은 城(성)을 그렸다. 하지만 성 주위를 발로 에워싼 모습을 그려 넣어 성을 만든 목적이 공격이 아닌 수비에 있음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그래서 국에는 ‘성’과 ‘에워싸다’는 뜻이 생겼고, 나아가 성처럼 주위를 둘러싸 경계 짓는 것도 이것으로 표현했다.

중국은 성을 중심으로 나라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국은 國(나라 국)의 생략된 글자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國은 원래 或(혹 혹)으로서 무기(戈·과)를 들고 성(국)을 지키는 모습이며, 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戈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그것은 지금과 달리 고대사회에서 국가의 경계가 유동적이었음을, 지킬 수 없을 때에는 곧바로 사라질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날이 여럿인 창(戈)을 그린 我(나 아)로 ‘우리’를 나타냈던 것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我가 지금은 ‘나’를 뜻하지만 옛날에는 ‘우리’라는 집단을 의미했다. 이렇게 볼 때, 或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어를 굳건히 해야 하는 것이 ‘나라’라는 의미일 터. 바로 이것이 或이 단순한 가차를 넘어서 그 이면에 숨겨진 맥락이요, 상황일 것이다. 그 후 或이 ‘혹시’로 널리 쓰이자 다시 국을 더한 國으로 분화했다.

圖(그림 도)는 원래 7로 썼는데, 7는 높은 기단 위에 지어진 곡식 창고(/·름)를 에워싼 담(국)을 말하며, (유,육)(동산 유)는 담(국) 안쪽에 무엇인가 있는(有·유) 것을, 園은 둥근(袁·원) 담(국)으로 에워싼 ‘동산’을, (원,환)(두를 환)은 담(국)을 동그랗게(v·경) 두른 것을 말한다. 또 困(괴로울 곤)은 빈 방(국)에 나무(木·목)를 그려 가재도구도 없이 선반과 같은 나무만 덩그러니 남은 ‘窮乏(궁핍)한’ 모습을 담았다.

이처럼 국은 외부로부터 안을 지키는 보호 장치였지만 그 뒤 자유를 구속하는 ‘옥’을 뜻하기도 했다. 예컨대, 囹(옥 령)과 圄(옥 어), !(옥 어) 등은 사방을 담으로 둘러싼 ‘감옥’을 뜻하며, 囚(가둘 수)는 사람(人·인)이 감옥(국)에 갇힌 모습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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