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59>口(입 구)

  • 입력 2005년 1월 27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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口는 벌린 입을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口는 먹고 말하는 인간과 동물의 신체기관은 물론 집의 入口(입구)나 기물의 아가리까지 지칭하는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었다.

첫째, ‘먹다’는 행위에 관련된 글자로, 味(맛 미)는 입(口) 속에 느껴지는 갖가지(未·미) 맛을, 呑(삼킬 탄)은 입(口)으로 삼킴을 말한다.

둘째, ‘말’과 관련된 글자로, 名(이름 명)은 캄캄한 밤(夕·석)에 입(口)으로 부르는 ‘이름’을, 告는 희생 소(牛·우)를 바치고 기도하는(口) 모습에서 ‘알리다’의 뜻을, 否(아닐 부)는 아니다(不·불)고 말함(口)을, 占(점칠 점)은 점괘(卜)를 해석함(口)을 말한다. 또 吝(아낄 린)에는, 아름다운(文·문) 말(口)이란 ‘아껴야’ 한다는 고대 중국인들의 음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들어 있다.

셋째, ‘함성’과 관련된 것으로, 咸(다 함)은 무기(戌·술)를 들고 입(口)으로 ‘함성’을 지르는 모습을 그렸는데, 喊聲(함성)은 ‘모두’ 함께 질러야 했다. 그래서 다시 口를 더한 喊으로 ‘함성’을 나타냈다. 感(느낄 감)은 함께(咸) 느끼는 감정(心·심)이며, 얼음(빙·빙)이 어는 추위에는 함성(咸)이 줄어들기(감·감) 마련이다.

넷째, 말은 명령과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命(목숨 명)은 우두머리(令·령)의 말(口)로부터 ‘명령’을 나타냈다. 君(임금 군)은 붓을 쥔 모습(尹·윤)과 입(口)으로 구성되었는데 붓은 문서를, 口는 명령을 뜻하고 그로부터 ‘임금’의 의미가 나왔다.

다섯째, 집의 입구나 아가리를 말하는데, 各(각각 각)은 집의 입구(口)와 거꾸로 된 발(치·치)을 그려 집으로 ‘들어감’을 말했고, 向(향할 향)은 집에 난 창문으로 창을 낸 방향을 뜻했다. 또 吹(불 취)는 입을 크게 벌린 사람(欠·흠)과 아가리(口)로서 피리나 질 나팔(塤·훈)을 부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呂(등뼈·음률 려)나 史(역사 사) 등은 口부수에 귀속되었지만 ‘입’과 관련 없는 글자들이다. 呂는 등뼈를 두 개 그렸고, 史는 장식 달린 붓을 손으로 잡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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