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00>백로(白露)

  • 입력 2004년 9월 5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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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의 농작물에 흰(白) 이슬(露)이 맺히며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다는 白露, 백로는 더위를 처분한다는 處暑(처서)와 가을을 전후 둘로 나눈다는 秋分(추분)의 가운데 위치한, 한 해 중에서 기후가 가장 좋은 때이다.

白은 갑골문에서부터 나타나지만 그 당시 이미 희다는 추상적 의미로 쓰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의 자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白이 껍질을 벗긴 쌀을 그렸다거나 태양(日·일)이 뜰 때 비추는 햇빛을 그렸다는 등 여러 설이 있으나, 엄지손가락을 그렸다는 곽말약의 설이 가장 통용되고 있다.

그의 해설에 의하면, 엄지손가락은 손가락 중에서 가장 크고 첫째 손가락이기 때문에 엄지손가락을 그린 白은 ‘첫째’나 ‘맏이’가 원래 뜻이고, ‘희다’는 의미는 가차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것은 伯이 사람(人·인)의 항렬에서 첫째(白)를 말하는 글자인 데서도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露는 雨가 의미부이고 路가 소리부로,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을 말한다. 雨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그린 상형자이고, 路는 금문에서 다시 足(발 족)과 各으로 구성되었다. 足은 무릎부터 발까지의 아래쪽 다리를 전체적으로 그린 글자였으나 이후 의미의 축소를 겪어 발을 뜻하게 된 글자이다.

各은 집의 입구(口·구)로 들어오는 발(치·치)의 모습을 그려, 집으로 온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치는 발을 그린 止(발·그칠 지)와 대칭해서 만들어진 글자로, 止가 위쪽으로 올라가거나 앞쪽으로 가는 것을 나타내는 것에 반해 치는 아래로 내려가거나 앞쪽으로 오는 것을 그려 낸 글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各은 이후 자신의 집단과 구별되는, 즉 바깥에서 들어오는 따로 분리된 이질적 집단을 지칭함으로써 ‘각자’나 ‘각각’과 같은 뜻이 생겼다. 그러자 원래의 오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척(천천히 걸을 척)을 더하여 ‘I(이를 객)’으로 분화했다.

이처럼 各은 가다와 대칭적인 의미의 오다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客(손 객)은 집(면·면)으로 찾아오는(各) 사람을 형상화한 글자로, 손님이 원래 뜻이다. 손님은 주인과 대칭되는 개념이다. 주인의 관점을 主觀(주관)이라고 한다면 손님의 관점은 客觀이 된다. 客觀이 중시되는 것은 자신보다는 제삼자의 관점이 항상 공평하고 균형감을 갖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의 관점으로 바꾸어 보는 것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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