體內에 식욕억제 물질 한국학자 세계 첫 발견

  • 입력 2004년 6월 14일 0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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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1억명이 시달리고 있는 질환인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 메커니즘을 한국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울산대 의대 이기업(李起業·49·사진) 교수는 13일 “인체 내에서 소량 분비되는 물질인 ‘알파리포산’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줄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으며 이 물질의 비만 억제 메커니즘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도 우수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 권위의 기초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 7월호에 게재됐다.

이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뇌 시상(視床)하부에 있는 식욕조절 중추에 주목했고 알파리포산의 식욕억제 효과가 여기서 나오는 물질인 ‘AMPK’와 관련된다는 새 가설을 세웠다.

AMPK는 몸의 세포 내 에너지가 부족하면 작동해 에너지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센서’로 실제로 실험용 쥐에게 알파리포산을 투여한 결과 뇌 시상하부에서 AMPK가 현저히 감소했다.

이 교수는 “알파리포산이 AMPK 분비량을 줄임으로써 몸에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하는 식욕억제 효과를 가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알파리포산이 에너지 소비를 늘려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도 밝혀냈다.

쥐에는 사람과 달리 갈색지방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체내의 과도한 에너지를 열로 발산시키는 단백질(UCP-1)이 들어있다. 흥미롭게도 실험용 쥐에게 알파리포산을 투여한 결과 갈색지방뿐 아니라 백색지방에서도 UCP-1의 활동이 증가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백색지방만 가진다”며 “이 결과는 알파리포산이 사람의 에너지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현재 국내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 중이며 이르면 2년 후 알파리포산이 획기적인 비만치료제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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