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로봇 산업의 오늘과 내일

  • 입력 2004년 5월 27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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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걷고 행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일본의 로봇 ‘큐리오’가 스스로 공을 찾아 골프를 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람처럼 걷고 행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일본의 로봇 ‘큐리오’가 스스로 공을 찾아 골프를 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로봇 산업은 산업용 로봇에서 농업, 의료 등 비제조업용 로봇 시대를 거쳐 이제는 지능형 로봇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상태.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는 가사용 로봇 시장만 전 세계적으로 올해 40억달러 규모에서 2010년 400억달러, 2020년에는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분야는 일본과 미국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개발 양상은 사뭇 다르다.

일본은 인체 역학에 개발의 무게를 두어 2족 보행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단연 앞선다.

혼다의 2족 보행 로봇인 E0가 1986년 등장한 이래 2000년 개발된 아시모, 소니의 큐리오 등은 모두 ‘사람처럼 걷고 행동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큐리오는 넘어져도 손을 짚고 일어서는가 하면 흔들리는 스노보드 위에서도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다. 또 올해 3월에는 능숙한 손가락 움직임과 호흡으로 트럼펫을 부는 기술도 보여줬다.

반면 미국은 인공지능, 센서, 로봇끼리의 통신네트워크 등 로봇의 각 부분을 이루는 핵심 기술 쪽이 발달한 상태. 로봇도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많다.

청소용 로봇을 개발 중인 한울로보틱스의 김병수 대표는 “로봇에 필요한 부분별 세부 기술은 미국이 앞선 반면 이런 기술을 적용해 사람처럼 걷거나 물건을 집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은 일본이 우위”라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 기술적인 면에서는 뒤처져 있지만 시장성 여부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현재 한국 업체들은 가사용 로봇을 중점 개발하고 있는데 첨단제품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소비 패턴에 힘입어 휴대전화처럼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지면 기술 개발이 급진전될 수 있다는 것.

산업용 로봇을 포함한 로봇 관련 특허출원건수(1990∼1999)를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미국 1000건, 유럽 1900여건에 비해 일본이 1만4500여건으로 단연 높다. 그러나 시장성 문제에서는 일본도 고민이 많다.

소니가 개발한 25만엔(약 250만원)짜리 애완용 로봇 ‘아이보’는 지금까지 13만대가 팔렸지만 더 이상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최근 점포 판매를 중지했다.

최첨단 수준이라는 아시모도 실제 가정에서 도움이 되기까지는 얼마가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혼다 도치기 연구소측은 “현재는 행사장 안내, 이벤트 등의 역할을 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인간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금 구체적인 용도를 말하기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리 미래 산업이라고는 하지만 기능만을 놓고 보면 굳이 인간형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데도 일본이 고집스럽게 인간형 로봇 개발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홈 로봇 개발 업체인 유진로보틱스의 박성주 연구소장은 “일본인들 마음속에는 아톰에 대한 동경이 상당 부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만화영화 아톰이 나온 이후 이득이나 실리를 떠나 ‘저런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에서는 ‘우주소년 아톰’의 탄생일(4월 7일)을 전후해 아톰 열풍에 휩싸였다. 아톰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데즈카 프로덕션이 있는 사이타마현 니자시는 아톰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고 아톰모형을 시내 곳곳에 세우기도 했다.

40여년 전 아톰의 탄생은 당시 패전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일본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아톰을 보고 자란 지금의 일본 중년 세대가 어느 나라보다 먼저 인간형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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