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지구기행]일본속 눈의 名所<1>훗카이도-오타루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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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아카리노마치 축제가 열리는 오타루의 겨울밤. 오타루운하의 수면을 장식한 유리공 촛불의 불빛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홋카이도 오타루=조성하기자
유키아카리노마치 축제가 열리는 오타루의 겨울밤. 오타루운하의 수면을 장식한 유리공 촛불의 불빛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홋카이도 오타루=조성하기자
《지구촌 기상이변이 별 뉴스가치가 없게 된 요즘. 알프스산맥의 빙하는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에어컨이 필요 없던 알프스

산악마을도 한여름에는 찜통더위에 휩싸인다. 한반도라고 예외일까.삼한사온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고 기온도 점점 상승해 여름은 아열대를 닮아간단다. 겨울 풍미인 설경조차 보기 어려워 눈 구경하러 이웃 일본까지 가야 할 형편이다. 스키 온천과 함께 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일본의 눈 고장으로 안내한다.》

가스등 불빛 아래 드러난 고색창연한 홋카이도(北海道)의 항구도시 오타루(小樽). 그해 겨울 오타루의 밤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오렌지 빛깔의 은은한 가스등 불빛이 레스토랑으로 개조된 낡고 붉은 벽돌창고 건물 벽과 어울려 빚어내는 고즈넉함도 좋았지만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도시의 창고 옆을 흐르는 작은 운하 수면의 수많은 유리 공 안에서 타오르는 촛불이 빚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더 좋았다.

오타루. 이 도시의 분위기는 여기를 무대로 이와이 온지 감독이 만든 일본영화 ‘러브 레터’와 참 비슷하다. 도시는 영화처럼 차분하고 서정적이며 순수한 청춘의 빛깔을 담은 듯하다. 붉은 벽돌 건물 안의 오르골 상점에서는 수십만 개의 오르골이 저마다 예쁜 소리로 음악을 연주하고 그 건물 앞에서 수증기의 힘으로 동작하는 거대한 시계에서는 매 시간 기적소리로 시각을 알린다.

오타루의 오르골 전시장

●영화 '러브레터' 무대로 유명

19세기 후반 개화기에 하코다테(函館)가 홋카이도의 중심지였던 시절. 오타루는 홋카이도의 금융 중심지였다. ‘일본 북부의 월스트리트’라 불렸던 흔적을 우리는 오르골박물관과 유리공예박물관으로 바뀐 신고전 양식의 우아한 석조 건축물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아름다운 건물은 모두 당시 은행과 무역회사 사옥이었다.

파이프 4개가 인상적인, 증기로 움직이는 시계가 서 있는 마르헨 광장을 지나 골목길(사카이마치)에 접어든다. 유럽 도시의 골목처럼 길 양 옆에는 작은 상점이 들어서 있다. 아기자기하게 오목조목 상품이 진열된 실내. 조그만 오르골, 화사한 색깔의 유리공예품 등. 조잡한 싸구려 모조품은 없다. 모두가 오타루에서만 볼 수 있는 수공품이다.

그중 눈길이 가는 큰 건물이 있다. 가타이치 유리공예품 전시장이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수입한 기상천외의 무늬와 빛깔의 유리공예품이 오타루산 유리공예품과 함께 넓은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개화기에 유럽 기술을 받아들여 시작됐다는 오타루 유리공예. 그 전통은 지금도 흐른다.

눈 내리는 겨울 오타루. 2월 초면 이 작은 타운은 온통 눈에 뒤덮여 동화의 세계로 변한다. ‘오타루 유키아카리노미치’(小樽 雪あかりの路·눈과 촛불의 거리)라는 축제가 열리는 것도 이때다. 지난해 2월 축제 중에 찾은 오타루. 운하의 수면과 그 옆 산책로, 눈 덮인 골목길은 온통 촛불로 뒤덮인다. 그중에서도 아사쿠사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운하의 풍경은 기막히다. 내부에 촛불을 밝혀둔 유리 공이 무려 650개나 운하 수면에 띄워져 있다. 유리 공을 통해 반짝이는 촛불의 영롱함이 수면에 반사돼 주변 가스등(가로등) 및 도시 불빛과 어울려 빚어내는 풍광은 마치 빛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듯하다. 환상적이라 할 이 눈 덮인 오타루의 사랑스러운 밤 풍경. 거기에 있으면 시간이 지남을 아까워할 수밖에 없다.

●강물 위로 수백개 촛불 '둥둥'

운하 옆 산책로 역시 눈에 덮이는 이 겨울. ‘유키아카리’(눈 속의 불빛)는 여기에도 있다. 오타루 사람들은 산책로에 두껍게 쌓인 눈을 파내고 그 안에 촛불을 밝혀 둔다. 그 파낸 눈으로는 조각을 만들어 세워둔다. 하얀 눈구덩이 속을 노랗게 밝히며 흔들리는 촛불. 이런 눈과 촛불이 어울리는 길이 이어지기를 수백m. 눈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하는, 혹독한 겨울을 이렇듯 현명하게 이겨내는 오타루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북위 43도의 길고 긴 겨울밤을 눈과 촛불이 빚어내는 환상으로 장식하는 이 행사는 예서 그치지 않는다. 큰길가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 역시 유키아카리노미치로 꾸며진다. 수북하게 눈에 덮인 골목길 양편도 눈 조각과 촛불로 장식된다. 그 촛불을 보노라니, 그 눈길 걷노라니 까맣게 잊고 지냈던 한겨울의 정취가 느껴진다.

그 길의 끝. 거기는 또 다른 정취가 기다리고 있다. 고소한 생선구이 냄새가 풍겨 나오는 불 밝힌 포장마차. 따뜻이 데운 오사케(일본 전통 술) 한 잔을 어묵 안주로 들이켠 뒤 느껴지는 포만감. 이것이 오타루의 긴 겨울밤, 아니 유키아카리노미치의 눈과 촛불에 취한 여행객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홋카이도 오타루(일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오타루 △유키아카리노미치=삿포로의 눈축제 유키마츠리(2월 6“15일) 기간에 열린다. △찾아가기=삿포로에서 JR(하코다테 본선)로 29분 소요(37㎞). 610엔. △축제 홈페이지=www.otaru.gr.jp

◇가장 저렴한 홋카이도 여행법=홋카이도는 비싼 항공료(대한항공 성수기 정상가 68만9000원) 때문에 100만원 이하로는 다녀오기가 어려운 곳. 그러나 ANA의 심야 전세기를 활용한 ㈜여행나비의 ‘홋카이도 반딧불 5일’로 떠나면 69만9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다.

ANA 반딧불투어는 오전 3시15분 출발(인천공항), 오전 5시30분 도착(하네다공항)하는 심야 전세기를 활용한 일본 나홀로 여행 프로그램. ‘반딧불 5일’은 여기에 삿포로행 국내 항공편을 연계한 패키지(5일형)로 왕복항공권(인천↔하네다, 하네다↔삿포로)과 숙박(호텔 3박)을 포함해 69만9000원. 상세한 여행 요령은 C7면 참조. ㈜여행나비(www.travelnavi.co.kr)=02-777-4321

◇여행정보 구하기 △일본국제관광진흥청(www.jnto.go.jp) 서울사무소=02-732-7525(자동응답) △홋카이도·동북3현 관광청(서울)=02-771-6191

▼전세기타고 훗카이도 가볼까▼

‘삿포로에서 광화문을 본다?’ 일본 삿포로 유키마츠리(눈축제)는 눈과 관련된 온갖 볼거리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2002년 축제때 등장한 한국 서울의 광화문 얼음조각. 동아일보 자료사진

일본전문여행사인 ㈜여행나비(Navi·‘방향잡기’라는 Navigation의 약자)가 ANA와 제휴, 올 겨울에 새로 내놓은 염가의 심야전세기(ANA 반딧불투어)를 활용한 홋카이도 자유여행 패키지는 여러 면에서 획기적인 상품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홋카이도는 인기 있는 여행지이지만 항공권 가격이 비싼데다 성수기에는 좌석마저 부족해 쉽사리 오갈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여행나비의 ‘북해도 반딧불 5일’ 자유여행 패키지(69만9000원)는 홋카이도 여행의 새로운 돌파구로 보인다.

●‘홋카이도 반딧불 5일’의 상품 특징

내용과 특징을 분석해 보면 이렇다. 첫째, 대한항공의 인천↔신치도세(삿포로 부근) 왕복항공권 가격에 조금만 보태면 호텔 3박이 포함된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둘째는 비싼 JR패스 대신 홋카이도관광촉진협회가 직접 운행하는 관광버스를 타고 도내 주요 관광지와 온천을 할인가격으로 두루 구경한다는 점, 셋째는 ‘심야출발+새벽도착’의 반딧불 전세기를 활용함으로써 우회루트(인천∼도쿄∼삿포로)로 인해 길어진 일정을 3박5일로 소화할 수 있게 한 점 등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새벽출발 및 도착의 무리한 일정으로 고단한 여행길이라는 점, 관광협회의 셔틀버스로는 원하는 곳을 충분히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가격도 최성수기인 삿포로 유키마츠리(눈축제)기간(2월 5∼11일)에는 하루 1만2000엔(호텔숙박비)이 추가돼 패키지가격도 69만9000원에서 105만9000원으로 뛴다.

●관광버스를 이용한 홋카이도 도내 여행 방법

홋카이도 관광촉진협회가 운행하는 ‘빅구디퍼’ 관광버스는 홋카이도 중앙에 산재한 대표적인 관광지를 세 개의 노선으로 나누어 정기운행 중이다. 신치도세 공항과 호텔에도 운행해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데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 버스는 ㈜여행나비의 ‘북해도 5일’패키지 구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 노선별로 순환 운행하므로 타고내림의 횟수 제한이 없다. 관광지 입장료 할인권도 제공. 이 버스는 3월30일까지만 운행한다.

◇버스 운행노선 △A코스(라일락호)=신치도세공항“시코츠코“시라오이“노보리베츠(온천)“도야코(호수&온천) △B코스(하마나스호)=노보리베츠“도야코“루수츠리조트(스키)“니세코(스키리조트)“오타루“삿포로“신치도세공항 △C코스(스즈란호)=신치도세공항“오타루“조잔케이(온천)“삿포로

◇‘홋카이도 5일’ 여행객 추천 일정 △첫날=신치도세공항∼C코스(오후1시 출발)∼오타루∼삿포로(오타루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면 버스 대신 JR열차로 삿포로에 돌아온다) △둘째 날=삿포로∼신치도세 공항∼A 혹은 C코스(오전 9시30분 출발)∼신치도세공항∼삿포로 △세째 날=삿포로∼신치도세 공항∼하네다 공항

●문의

㈜여행나비(www.travelnavi.co.kr)=02-777-4321

홋카이도 오타루(일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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