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37>泥 田 鬪 狗 니 전 투 구

  • 입력 2003년 11월 6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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泥 田 鬪 狗 니 전 투 구

泥-진흙 니 鬪-싸울 투

狗-개 구 麥-보리 맥

鹽-소금 염 腎-콩팥 신

泥는 ‘물’을 뜻하는 수(水)와 ‘그치다’, ‘억제하다’는 뜻의 尼(니)가 결합된 글자다. 그러니까 물의 흐름을 막아 잘 흐르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진흙 속의 물이 그렇다. 그래서 泥는 ‘진흙’, 또는 ‘수렁’을 뜻한다. 泥匠(이장, 미장이), 泥土(이토), 汚泥(오니)가 있다.

田은 질서 정연한 논뚝이나 밭뚝의 모습에서 따온 전형적인 상형 문이다. 따라서 본디 뜻은 ‘논과 밭’이다. 논을 뜻하는 畓(답)자가 있어 田은 ‘밭’으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은 논밭을 총칭하는 글자다. 참고로 畓은 우리가 만든 한자다. 이것을 國字(국자)라고 한다. 밭(田) 위에 물(水)이 있는 모습으로 절묘하게 만든 會意字(회의자)라 하겠다.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기지를 엿볼 수 있다.

田이 논밭의 구별이 없는 ‘농지’를 뜻했으므로 중국 사람들은 심은 곡식을 가지고 논과 밭을 구별했다. 예를 들어 벼를 심은 논이면 秧田(앙전) 또는 稻田(도전), 보리나 삼, 채소를 심은 밭이면 각기 麥田(맥전), 麻田(마전), 菜田(채전)이라고 했다. 물론 뽕나무를 심었다면 桑田(상전)이 되는데 桑田碧海(상전벽해) 라는 말이 있다. 田畓(전답), 田地(전지), 鹽田(염전), 油田(유전), 炭田(탄전)이 있다.

鬪는 본디 (두,각,투)(싸울 각)과 착(쪼갤 착)의 결합인데 후에 줄여서 鬪가 되었다. (두,각,투)은 갑골문을 보면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싸우고 있는 모습이며 착은 갈라지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鬪는 싸워서 갈라지는 것이다. 鬪士(투사), 鬪爭(투쟁), 鬪魂(투혼), 戰鬪(전투), 血鬪(혈투)가 있다.

狗는 개(犬)가 앞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으로 개를 뜻한다. 옛날에는 몸집이 큰 개를 犬, 작은 개를 狗라고 구별했지만 후에는 통용되고 있다. 羊頭狗肉(양두구육), 海狗腎(해구신)이 있다.

그러니까 泥田鬪狗는 개가 진흙수렁에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뜻한다. 무엇이든지 싸우는 모습은 흉하다. 개가 싸우는 모습은 더욱 꼴불견이다. 그것도 진흙 속에서 뒤엉켜 싸운다면 얼마나 흉물스럽겠는가. 설사 싸워 이긴 개라도 꼴이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추악한 싸움일 뿐이다.

요즘 비자금 사건을 두고 여야 정치인들이 싸우는 모습이 泥田鬪狗와도 같다. 그렇게 해서 싸워 이긴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추악한 개의 모습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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