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네덜란드 회화 지상展<1>풍속화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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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묘사한 네덜란드 17세기 풍속화는 정숙하고 절제된 생활, 그리고 짧은 인생에 대한 암시적 교훈을 담고 있다. 이 중에서 사랑을 테마로 한 풍속화 두 점을 소개한다.》

▽‘굴이 있는 만찬’(1661·목판에 유채·27x21cm)=작가 그린 프란스 판 미리스는 정밀화풍을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한 사람. 이 작품은 그의 전편 ‘애완동물 희롱하기’(1660)의 후편인 셈. 전편에서 남자는 강아지 귀를 잡아당기면서 여자에게 다가가고 있고, 여자는 완강하게 그의 접근을 막고 있다. 그러나 후편에서의 상황은 반전되어 있다. 남자는 눈동자를 옆으로 굴리면서 음흉한 웃음을 흘리고 있고, 전편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던 여자는 후편에선 모든 긴장이 풀려 있다. 옆에 놓인 술병과 발그스레한 얼굴에서 우리는 그녀가 어느 정도 취기에 올라있음을 알 수 있다. 윗옷은 거의 풀어 헤쳐져 있다. 여자는 남자가 내밀고 있는 접시에서 굴을 막 먹으려 하고 있다. 굴은 당시에 최음제로 여겨졌다. 우리는 이들의 애정 행각을 엿보고 있는 듯하다.

▽‘아픈 소녀’(1663∼1665년 경·목판에 유채·58x46.5cm)=작가 얀 스테인은 해학적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상사병에 걸린 소녀와 이를 진찰하는 돌팔이 의사에 관한 내용. 벽난로 위에 있는 큐피드 상이나 화살은 사랑의 상징이며 탁자 위의 병에는 소변이 담겨 있다. 이는 소변 색으로 상사병을 진단하려는 당시 돌팔이 의사의 행태를 보여준다. 유행이 훨씬 지난 의상을 입고 있는 의사의 어눌한 표정을 봤을 때 당시 사람들은 이를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하녀는 마치 이들의 모습을 조소하는 듯 넌지시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 소녀의 뒤로 보이는 침대는 어떤 의미를 띠고 있을까? 혹 그녀가 임신한 것은 아닐까?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는 풍부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어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박수진 덕수궁미술관 학예연구사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에서 11월9일까지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 17세기 회화전’의 지상전을 매주 금요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이 ‘풍속화’, ‘정물화’, ‘초상화’, ‘역사화’ 네 장르로 나눠 그림에 얽힌 흥미 있는 얘기들을 찾아 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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