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족][음식]`환경엄마` 김순영씨의 아이밥상 지키기

  • 입력 2003년 5월 20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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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이유식으로 첫아들이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자 ‘건강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됐다. 2년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책을 펴내고 최근 ‘환경엄마 김순영의 아이밥상 지키기’라는 책을 펴내는 등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무분별한 이유식으로 첫아들이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자 ‘건강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됐다. 2년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책을 펴내고 최근 ‘환경엄마 김순영의 아이밥상 지키기’라는 책을 펴내는 등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환경정의시민연대 조직위원장 김순영씨(39)는 다섯살 여덟살인 두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인 탓에 이것저것 가리다보니 ‘환경엄마’가 돼 버렸다. 2년 전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온통 ‘독약’뿐인 아이들의 먹을거리 환경을 보고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란 책을 공저로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음식 이야기 ‘환경엄마 김순영의 아이밥상 지키기’(한울림)를 펴냈다. 뭔가 대안이 있을까 싶어 홍익대 앞 음식점에서 그를 만났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싱그러워 보였다.》

―뭘 마실까요.

“제철과일 주스가 좋겠죠. 과일이나 채소는 제철에 사먹는 것이 안전해요. 비닐하우스 재배는 농약 잔류량이 훨씬 많습니다. 밭에서 나는 제철과일이나 채소는 바람이나 비에 의해 농약이 씻겨나가 그 오염이 훨씬 줄어드니까요. 딸기주스를 마시겠습니다.”

―딸기는 어떻게 씻죠.

“과일용 세제라도 어차피 성분은 계면활성제여서 쓰지 않는 게 좋아요. 맑은 물에 여러번 씻고 숯에 담가놓아 유해물질이 달라붙게 해 제거하죠.”

―김은 거의 사서 먹는데…. 기름이 산패하면 발암물질이 되므로 포장김 보다는 슈퍼마켓에서 구워주는 즉석김이 낫지 않을까요.

“햇김을 그냥 간장에 찍어 먹는 게 좋아요. 식용유가 식물성이라지만 어차피 가공식품이잖아요. 더구나 원료인 콩이나 옥수수도 100% 미국산이어서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고 봐야지요.”

―달걀이 몸에 나쁘다고 하던데….

“과하게 먹이니까 나쁘지 달걀 자체로는 영양적으로 아주 좋은 식품이지요. 그러나 양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산된 달걀이 좋을 리 없지요. 믿을 만한 유정란을 찾아 먹입니다.”

―바다가 오염되면서 자연산 생선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데….

“연근해보다는 삼치 고등어 명태 오징어같이 물이 찬 바다에 살면서 운동량이 많은 생선이 비교적 안전합니다.”

-물은?

“생수를 사다 먹어요. 서울에 산다는 그냥 수돗물을 끓여 먹겠어요. 제가 사는 경기 과천시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거든요.”

―우유는….

“두유가 좋지만 미국산 콩으로 만들었어요. 우유 역시 완전식품이지만 사육방식에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생협에서 품질 좋은 우유나 산양유를 사다 먹습니다.

-생협에서 유기농산물을 사다 먹으면 좋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잖아요.

“그래도 먹여요. 대신 충동구매를 하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요. 예전에는 수퍼에서 시금치 3단에 1000원 하면 얼른 샀다가 한단 먹고 두단은 냉장고에서 썩히다 버리는 수가 많았어요. 그러나 생협을 이용하면 살뜰하게 뿌리까지 먹고 냉장고에 뭐가 있고 뭐가 떨어졌는지 파악이 가능해 계획적으로 구매하게 되지요.”

―아이의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황달 때문에 큰애에게 모유를 먹이지 못했어요. 더구나 부족한 영양을 보충한다며 이유식을 일찍 시작했어요. 그땐 맞벌이였는데 오전 1시까지 다지고 부쳐서 소고기암죽, 계란노른자, 으깬 바나나를 먹였어요. 형광사인펜으로 이유식 책에 밑줄 쫙쫙 그어가며 만들었어요. 그러나 결과는 15개월 정도 되니 아토피 피부염에 걸렸죠. 그때부터 영양보다 건강에 관심을 가졌어요.”

―이유식은 언제부터 먹여야 할까요.

“작은애는 황달이 있었는데도 그냥 젖을 먹였어요. 신생아 황달이라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18개월까지 먹였습니다. 6개월 때 쌀죽같이 곡류로 이유식을 시작했고 고기는 14개월에야 먹였어요. 소화기관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아이에게 너무 일찍 동물성 단백질을 주니 탈이 나는 것이지요.”

―이유식은 번거로운 일인데….

“밥할 때 살짝 감자 하나를 얹어 삶아 으깨고 콩나물을 심심하게 끓여 함께 먹이지요. 된장국을 끓일 때 심심하게 한소끔 끓인 뒤 이유식용으로 덜어 놓고 다시 간을 해 끓입니다. 어차피 이유식은 젖에서 밥으로 잘 넘어가게 하자는 음식 아닌가요. 가족밥상이 아이밥상이 돼야지 따로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건강해졌나요.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한 질문이기도 하고요. 초등 1년생인 큰애가 봄소풍 후 다시 놀이터에서 오후 7시까지 뛰어놀 정도로 체력이 강해졌다고 하면 될까요? 작은애는 마늘장아찌를 익숙하게 먹고 오이와 당근을 통째로 쥐고 과일처럼 아작아작 씹고….”

―당장 어떻게 밥상을 차려야 하나요.

“80년대 초반으로 밥상이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맛을 많이 따지게 됐지만 맛보다는 건강을 상에 올려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입에 단 음식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여야죠. 한번 파괴된 환경은 쉽게 돌아오기 힘들어도 아이들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음식문화만은 쉽게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환경엄마'의 밥상차리기 ▼

-비닐하우스 재배는 농약 범벅. 제철과일, 채소가 순리에 맞아.

-삼치, 오징어처럼 찬 바다에 살면서 운동량 많은 생선이 안전.

-식용유 원료는 수입품, 유전자 조작 가능성 있으므로 피해야.

-달걀은 유정란, 우유는 생산과정 믿을 만한 제품으로.

-이유식은 곡류로 시작, 고기는 생후 14개월쯤 먹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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