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8단의 결정적 장면]無에서 有를 본 '백 7'

  • 입력 2003년 5월 16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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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에게 바둑판의 한 곳을 가리키며 ‘이곳에 맥점이 있다’고 알려주면 100% 수를 찾아낸다. 하지만 수가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지 않는 실전에서는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보는 눈. 그것이 강자의 조건이다.

흑이 반면 10집 정도 앞선 국면. 사건이 일어날 만한 곳도 없어 보인다. 장면도 백 1부터 흑 6까지 평범한 끝내기가 이어질 무렵 갑자기 안 5단이 손길을 멈췄다.

무심코 넘어갔던 곳, 형태상으론 아무 수가 없어 보이는 곳에서 안 5단이 뭔가 감지한 것. 이윽고 백 7의 기막힌 맥점이 놓여졌다.

이곳의 형태는 백 7이 놓이기 30여수 전에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두 대국자는 이곳에 수가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김 4단은 흑 2, 4로 7 부근을 보강했을 것이고 안 5단은 진작 수를 냈을 것이다.

참고도는 백 7 이후 실전진행. 흑 ○ 두 점이 백의 수중에 들어가 미세한 형세가 됐다. 하지만 흥분한 김 4단은 곧바로 패착을 두며 반집패를 당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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