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놀이공원 나들이…비상약-탈수예방이 '안전벨트'

  • 입력 2003년 4월 27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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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5월에 가장 즐거운 아이들. 그들로 전국 각지의 놀이공원이 벌써 초만원이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이 토, 일, 월요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그렇지만 얼마 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물소 떼에 아이가 공격을 당한 사고를 떠올리면 적잖이 안전사고가 걱정된다. 출발하기 전부터 귀가할 때까지 주의할 점을 짚어본다.

▽놀이공원 갈 때=경기 과천시의 서울랜드가 지난해 5월 의무실을 찾은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50%가 넘어져서 다치거나 피가 나는 찰과상이었다. 설사와 복통, 멀미 등이 30%, 열과 감기 등이 20%였다.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 의무실이 1∼3월 치료 유형을 분석했을 때 소화불량, 설사, 복통, 고열, 감기가 40% 이상이었다. 따라서 소화제와 해열제는 별도로 챙기는 것이 좋다. 1∼2시간 이상 차를 타 아이가 멀미하면 즉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후 차를 세운다. 아이를 편안하게 눕혀 10분 정도 쉬게 하면서 시원한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다. 아이가 토하려고 하면 등을 살살 두드려 토하게 하고 10∼20분간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다. 놀이공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안전사고를 대비해 의무실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메모한다. 또 아이가 입은 옷의 색깔과 머리모양 등을 메모하고 이름과 연락처가 게재된 이름표를 붙여 길을 잃을 경우에 대비한다.

▽사고대처 요령=안전사고가 생기면 섣불리 응급조치를 하려고 하지 말고 즉시 그늘로 아이를 옮긴 뒤 의무실로 연락한다. 대부분 5분 이내에 출동해 신속하게 조치를 하므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그러나 탈수는 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아 부모의 관찰이 필요하다. 가령 잘 놀다가 갑자기 짜증과 신경질을 내고 업어달라고 떼를 쓰다가 이내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주위 사물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인다면 탈수 우려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자각능력이 떨어져 탈수가 진행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따라서 30분마다 물이나 이온 음료를 먹이고 얼굴을 씻기도록 한다. 탄산음료와 아이스크림은 갈증을 부채질할 수 있으므로 적게 먹도록 한다. 아이가 어지럼증과 심한 갈증 등 탈수 증세를 보이면 그늘에 눕힌 뒤 옷을 느슨하게 하고 신발을 벗긴다. 부채질을 해서 체온을 낮추고 이온음료를 물과 반반씩 섞어 먹인다.

얼굴이 발개지면서 아이가 긁으려고 하면 피부화상일 가능성이 있다.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바로 의무실을 찾는 게 좋다. 화상을 예방하려면 미리 아이의 얼굴이나 뒷목, 노출된 팔다리에 자외선 크림을 발라준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면 탈수와 화상을 모두 예방할 수 있다.

▽놀이기구의 과학과 건강=놀이기구 주변에서는 “왜 우리 아이는 못 타느냐”며 항의하는 부모와 태울 수 없다는 직원간의 실랑이가 자주 목격된다. 키 제한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경우 놀이기구 42종 중 키 제한이 없는 것은 8종. 6종이 ‘보호자 동반’을 전제로 하고 있고 2종은 잔디썰매와 미니골프 등 사고위험이 거의 없는 것이다. 결국 모든 기구가 100∼140㎝ 사이에서 키 제한이 있다. 왜 이런 제한이 있는 것일까.

놀이기구의 심의를 담당하는 한국유원시설협회는 “미리 이용 가능한 체격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의자의 높이와 안전벨트 및 레버의 위치, 코스의 굴곡과 직진 정도, 운동 속도와 길이 등을 고려해 놀이기구를 개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키 제한을 어겨 대형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 해도 예방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모험심을 키운다는 이유로 바이킹, 롤러코스터 등 속도감이 강한 놀이기구를 탈 것을 강요하면 반대로 정서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이런 기구를 타면 귓속 세반고리관과 전정기관이 충격을 받아 심장이 떨리면서 짜릿한 스릴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 심한 공포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미리 “멍멍해지거나 어지럼증, 멀미를 느낄 수 있어”라고 얘기해 주는 게 좋다. 겁이 많다면 바이킹은 맨 뒤쪽을, 롤러코스터는 맨 앞쪽을 피하는 게 좋다. 시각적인 불안감 외에도 바이킹의 경우 맨 뒤쪽이 운동 폭이 커 속도감에 따른 공포감을 더 오래,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귀가길, 마지막 조심=대부분의 아이들이 귀가길엔 지쳐 차 안에서 잠이 든다. 이 경우 그냥 두면 땀을 많이 흘린 탓에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큰 타월로 덮어준다. 뒤늦게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고 붉게 변하면 1도 정도의 피부화상일 가능성이 크다.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귀가한 뒤 해당부위를 얼음찜질 해주면 좋다. 또 여러 사람이 놀이기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수인성 감염질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귀가 후 아이가 피곤해 해도 반드시 씻기도록 한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인철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송형곤 교수, 용인 에버랜드 안전팀 김흥배 과장)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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