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모작]금융인에서 미술평론가 변신 강효주씨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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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기자
변영욱기자
“인생을 75년 정도 산다고 봤을 때 저는 3등분해서 생각했어요. 처음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교육받으며 따라가는 시기죠. 두 번째는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이루는 기간이죠. 나머지 세 번째 시기는 내 뜻대로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강효주(姜孝周·54·한국문화경제연구소장·사진)씨는 30년 가까이 금융업계에 몸담았던 금융인이었으나 2년 전 미술평론가로 변신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1974년 한양투자금융에 입사해 2001년 하나은행 법인영업본부장으로 일하던 중 사표를 던졌다. ‘세 번째 인생’을 멋지게 보내기 위해서였다.

“수입이야 많이 줄었지만 지금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문화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는 요즘 광운대에서 문화예술경영론을 강의하는 한편 한국화랑협회 자문위원, 세종문화회관 이사, 한국전통문화회 회장 등을 맡아 문화계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전통무용계 원로인 김천흥 송범 김백봉 선생의 합동공연도 그가 기획한 작품이었다.

그의 미술계 입문 배경은 독특하다. 학창시절 환경미화포스터를 전담하긴 했지만 미술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1969년 연세대에 입학해 행정학을 전공하면서 경제 이외의 문화 분야에 대한 안목을 갖자는 생각에 무작정 미술관을 기웃거렸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골프 낚시 바둑은 전혀 배우지 않았다. 대신 주말이면 서울 인사동 사간동 관훈동의 화랑들을 찾아다녔다. 많은 시간이 걸리는 레저 활동보다 미술품을 감상하는 게 더 좋았기 때문이다.

“모르는 분야를 경험하자는 의도였지요. 그런데 문화예술이라는 게 자꾸 접하면서 안목이 생기고 묘한 쾌감 같은 걸 느끼게 되더군요.”

미술에 빠져들면서 헌책방을 뒤지며 관련 자료도 모으게 됐으며, 옛날 잡지를 읽으며 국내외 미술의 역사를 습득했다. 그는 “미대 강의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 대학 강단에서 미술강의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로 데뷔한 것은 1990년 신문과 잡지에 기고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현장체험으로 안목을 키운 뒤 책 등을 통해 전문지식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평론가라는 직함을 얻게 됐다.앞으로 자신이 모은 문화예술 관련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인터넷에 올릴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앞으로 문화예술과 경영을 접목해 문화행정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며 “일반 직장인들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만들어놓아야 노후가 편안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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