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세대갈등 아니다"…젊은층도 탈냉전-탈정치 갈려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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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빈 교수
조중빈 교수
지난해 12월 19일 대선은 진정 정치적 세대갈등의 표출이었나?

정치는 갈등을 먹고 산다. 지역 갈등도 그렇게 해서 지역 감정이 됐다. 혹시 최근 대선 결과가 세대갈등으로 부풀려지는 현상도 지역 갈등과 같은 경로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6일 열린 한국정치학회 춘계학술회의에서 조중빈 국민대 교수(정치학)는 ‘16대 대통령선거와 세대’라는 연구문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조교수는 “지난해 16대 대선에서 각 후보자가 획득한 세대간 득표율을 보고 세대간 대결 양상에만 치중해 결과를 분석하면 현실성을 잃을 수 있다”며 14대(김영삼 대통령 당선), 15대(김대중 대통령 당선) 대선과 16대 대선 결과를 비교했다.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14대와 15대 대선에서는 세대별 투표율이 큰 차이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다가 16대 대선에 이르러 전 연령대에 걸쳐 투표율이 낮아지는 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16대 대선에서 20대의 낙폭은 평균 낙폭의 2배에 가까울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며, 절대적으로도 20대 유권자중 50% 미만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어느 후보를 지지했는가 보기 전에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쪽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교수는 이같은 현상을 “‘의식화 시대’의 뒤를 이어 ‘탈정치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후보자별 득표를 보면 일견 ‘세대간 대결’양상이 뚜렷하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후보자별 지지율을 분석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역대 선거에서 20, 30대의 지지유형이다. 14대 대선때는 박찬종 정주영 후보에 대한 지지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높았다. 15대 대선때도 이인제 권영길 후보에 대한 지지가 마찬가지 유형을 보였다. 조교수는 “20, 30대는 이미 지난 10년에 걸쳐 기성 정치권 후보가 아닌 새로운 인물에 대해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다”며 “기성 정당 후보이면서도 새 인물인 노무현 후보가 젊은 층에서 보다 큰 프리미엄을 얻은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대갈등론이 지닌 ‘정치적 동원 의도’에 주목하면서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세대간 갈등을 증폭시켜 모든 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도록 만들고 이를 개혁의 상징으로 삼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렇게 개혁드라이브를 건 정부 자체가 부패의 온상이 되고, 그로 인해 그 정부의 권위마저 부정되면서 마침내 젊은 세대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든 기성세대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조교수는 이어 20, 30대 유권자를 민주화세대(33∼40세), 탈냉전세대(24∼32세), 탈정치화세대(20∼24세)로 세분하고 탈정치화세대의 성장이 향후 정치체제에 미칠 의의를 탐색했다.

민주화세대는 386세대와 연령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이 조교수의 지적.

탈냉전세대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경제적 그늘을 찾아볼 수 없고, 87년 이후 민주화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시점에서 성년기를 맞은 행복한 세대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독일통일(90년), 구소련의 해체(91년) 등을 경험하고 국내적으로는 황석영 문익환 임수경 문규현씨 등의 잇따른 방북을 경험했다. 이들이 한편으로는 개성과 삶의 질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 자주 등을 내세운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다.

조교수에 따르면 탈정치화세대는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입힌 외환위기의 영향을 받은 세대이다. 이들이 성년을 맞은 시기에 대학사회는 운동권이 소멸해가면서 ‘의식화’의 홍수를 이루던 전 시대와는 현격한 대조를 보인다. 투표율이 낮고 후보자로 출마하려는 사람이 없어 대학내에서 학생회 구성이 어려운 사태는 탈냉전세대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조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탈정치화세대의 비중이 커지고 궁극적으로 젊은 세대의 탈정치화가 진행돼 향후 정치 체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중빈 교수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조중빈 교수의 세대구분
출생연도2002년 연령(만)고등학교 졸업 이후 주요사건1인당 국민총소득(달러)세대구분
1941∼4262∼614·19 의거/5·16 쿠데타-한국전쟁세대
43∼5360∼496·3 사태/유신316 미만전후세대
54∼6148∼4110·26 사태/5·18 시위394∼1598유신체제세대
62∼6940∼336·29 민주화운동1749∼4268민주화 세대
70∼7832∼245공청문회/한·소,한·중 수교/문익환 임수경 등 방북5185∼11385탈냉전 세대
79∼8223∼20IMF 파장6744∼8900탈정치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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