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행복한 당신, 건강합니다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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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내셔널 어젠다위원회는 새 정부에 던지는 25개 국가과제를 선정하면서 이를 아우르는 슬로건으로 ‘100년을 위한 5년-행복을 얘기하자’를 선정했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정책의 궁극적 목적으로 삼아야 하며 새 정부의 5년이 한 세기를 규정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은 개인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국민은 행복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본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서 전국의 성인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잊고 살고 있다. 최근 정신의학자들은 행복의 실체를 찾고 있으며 행복도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 초 멕시코의 아쿠말에서는 ‘행복한 모임’이 열렸다.

마틴 셀리그만 전 미국심리협회 회장, 미국 시카고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 등 심리학자들이 미 하버드대 철학과 로버트 노직 박사, 미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학자 마르타 파라 등과 행복에 대해 토론했다. 이들 심리학자가 주창한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른 분야의 석학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긍정 심리학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정신의학자들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의 영향으로 마음의 부정적인 면에만 몰입한 데 대해 반성하고 마음의 밝은 면을 규명해서 북돋우려는 심리학의 새 분야다. 이들 학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아 행복의 실체를 찾고 있다. 이들이 규정한 행복의 참모습과 행복을 증진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행복과 행복감〓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주장한 뒤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가 행복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지 고민했지만 행복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행복은 삶에서 오는 평온감과 안락함을 뜻한다.

잇따른 역학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풍요, 지식, 권위, 좋은 날씨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가족의 유대, 우정, 정신적 활동, 자존심, 희망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행복은 이 같은 여러 가지 여건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며 행복을 잘 느끼면 결혼, 가족 관계 등이 순조로울 가능성이 높다.

또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 암 등 각종 질환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수없이 많다.

긍정 심리학자들은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유전적으로도 결정되지만 한두 가지 유전자가 좌우하지는 않으며 무엇보다 후천적으로 계발시킬 수 있고 이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행복감을 강화하려면〓행복해지려면 우선 주변 환경이 안정적이고 자신을 위협하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명상과 이완요법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심신을 만족스러운 상태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적절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 더없이 중요하다.

목표는 개인의 관심과 가치가 녹아든 것이 바람직하며 위협, 죄의식, 주위의 압력이 만든 목표는 성취해도 별 행복을 느끼지 못하기 마련이다. 또 ‘○○○처럼 되겠다’는 식의 목표보다는 ‘현재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식의 구체적 목표를 세우도록 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도저히 행복을 충족시킬 목표를 찾지 못하면 변화를 모색하도록 한다.

생각을 밝게 하도록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면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진다. 옥생각은 옥생각을 낳기 마련이다.

유머를 즐기면 사고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웃는 표정을 연습하는 등 억지로라도 웃으면 사고의 색깔이 밝은색으로 바뀐다.

매사에 감사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 캘리포니아대 로버트 에먼스 박사에 따르면 신문이나 주간지에서 고마운 것들을 찾아 기록하는 사람은 생활이 즐거워지고 건강이 좋아지며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을 돕는 데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양(高揚)과 몰입(沒入)〓정신의학자들은 남의 훌륭한 면을 보거나 우연히 선행을 하는 ‘고양’ 과정이 행복감을 잘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한다.

미 버지니아대의 조너선 해이트 교수는 일정 기간 테레사 수녀의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은 자원봉사에 관심을 갖는 반면 드라마를 본 사람은 TV 프로나 음식에 더 관심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해이트 교수는 “이런 심리적 고양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선행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운동, 음악감상, 독서, 건전한 대화 등에 몰입하면 진정한 행복감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서 “몰입을 통해 순수한 즐거움을 체득하면 다른 일에 대해서도 희열을 느낄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성격따라 행복감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행복을 잘 느끼는 정도는 타고난 기질 및 성격과 관련있다.

기질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갖는 마음의 경향으로 성격의 바탕이 된다.

아이의 40% 정도는 순한 아이, 10% 정도는 매사에 까탈스럽고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화를 내는 까다로운 아이, 15% 정도는 행동이 느리고 조용한 더딘 아이이다.

대체로 순한 아이는 나중에 성격이 원활하게 형성돼 행복감을 잘 느낄 가능성이 크다. 더딘 아이도 부모가 성화만 부리지 않는다면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까다로운 아이인데 무조건 벌을 주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바른 행동을 칭찬하고 행동의 허용선을 명확히 그어야 한다. 지나치게 문제를 많이 일으키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등 질환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성격은 A형, B형, C형으로 구분된다. A형은 성격이 급하고 성취지향적이며 경쟁적이다. B형은 성격이 차분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좀처럼 흥분하지 않으며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C형은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참을성이 강하며 갈등 상황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갖는다.

일률적으로 어떤 유형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는 A형이 많다. A형 성격은 사회 경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만 잘 만족하지 못하고 뇌중풍 심장병 위궤양 등에 걸릴 위험이 높다. C형은 A형 못지 않게 이들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B형은 행복감을 잘 느끼고 건강에는 더 없이 좋다. 성격이 A형이거나 C형인 사람은 특히 취미, 운동 등 여가 생활을 통해 적극적으로 여유있는 생활을 찾아 즐기는 것이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 좋다. TV를 보거나 휴일에 떠밀려 야외로 나가는 ‘수동적 여가’는 행복감을 증진시키지 못하고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당신은 행복하세요?

다음 질문에 △‘아주 그렇다’ 6점 △‘그렇다’ 5점 △‘대충 그렇다’ 4점 △‘그저그래서 잘 모르겠다’ 3점 △‘대충 그렇지 않다’ 2점 △‘그렇지 않다’ 1점 △‘전혀 그렇지 않다’ 0점으로 점수를 매기시오.

①나의 삶은 나의 꿈 또는 이상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②내 삶의 질은 훌륭하다

③나는 현재의 삶에 아주 만족한다

④나는 생활을 통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얻고 있다

⑤앞으로 삶의 틀을 별로 바꾸고 싶지 않다

☞미국 일리노이대의 정신의학자 에드 디너 박사가 개발해 개인이 어느 정도로 행복감을 느끼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설문지.

※점수를 합쳐서 △26∼30점이면 ‘아주 행복’ △21∼25점이면 ‘평균보다 행복’ △15∼20점이면 ‘다른 사람만큼 행복’ △11∼14점이면 ‘평균보다 약간 불행’ △6∼10점이면 ‘평균보다 훨씬 더 불행’ △0∼5점이면 ‘절망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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