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표어-포스터展 6월까지 서울시립대 박물관

  • 입력 2002년 12월 13일 18시 16분


1960년대 공명선거 포스터.
1960년대 공명선거 포스터.
개항, 식민지, 해방, 6·25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 100년을 표어와 포스터 전단 등으로 훑어보는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대 박물관(관장 정재정)은 내년 6월30일까지 ‘캠페인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는 제목으로 지난 100년간 우리 근대사가 지향한 ‘국가와 사회의 목표’를 포스터와 표어, 전단 350여점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한국 근대 100년은 구한말 애국계몽 운동과 물산장려운동, 전시 동원 운동, 쌀을 아껴먹자는 절미 운동에서부터 산림녹화운동, 기생충 박멸운동, 변소에 뚜껑을 덮어 파리 창궐을 막자는 위생운동, 산아제한운동, 새마을 운동까지 각종 구호와 캠페인이 쏟아진 ‘구호의 사회’ ‘캠페인의 사회’였다.

1931년부터 4년간 동아일보가 주관한 브나로드운동 포스터./사진제공 서울시립대 박물관

정관장은 “우리의 희망을 촌철 살인의 기지로 표현하고 있는 표어, 포스터, 전단 등은 생활에 밀접한 가장 구체적인 자료”라며 “국가와 사회의 계도에 따라 일상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온 한국민들의 현대사를 또 다른 방식으로 읽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퇴비마련운동, 새마을 운동, 문맹자들까지 고려한 선거운동 벽보를 비롯해 수십년을 우리와 함께 살아 온 반공방첩 벽보와 포스터들은 한국의 현대사를 날카롭게 증언하는 자료들이다. 또 손을 씻고 음식을 먹자든지, 쥐를 잡자, 기생충을 박멸하자 같은 포스터들을 보면 그때 그시절이 생각나 슬그머니 웃음까지 난다.

이밖에 뽕잎을 언제 기르고 파종하라는 농사교육에서부터 피임기구를 나눠 주면서 언제 어떻게 사용하고 왜 사용하는지까지 알려주는 포스터들은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생활습관들이 실은 거대한 사회문화적 구조 속에서 시대와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가서 보면 시대를 건너뛰는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전시다.

관람료는 없다. 월∼금 오전 9시∼오후 5시반, 토 1시까지. 02-2210-228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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