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요리]샴페인 전문요리사 탱고-평론가 박재은 요리대담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7시 01분


샴페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를 연구하는 모엣샹동의 요리장 파스칼 탱고(왼쪽)와 박재은씨.신석교기자
샴페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를 연구하는 모엣샹동의 요리장 파스칼 탱고(왼쪽)와 박재은씨.신석교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샴페인으로 꼽히는 ‘돔 페리뇽(Dom Perignon)’. 이 돔 페리뇽의 제조사인 모엣샹동의 요리장 파스칼 탱고가 최근 ‘돔 페리뇽 갈라디너쇼’를 위해 한국을 다녀갔다.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에서 공부한 요리평론가 박재은씨가 탱고씨를 만나 프랑스 요리와 한국요리, 샴페인의 어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랑스 식문화를 포괄하는 것은 그들의 레스토랑 평가 시스템인 ‘미슐랭 스타(별점)’제도다. 미슐랭이란 타이어 회사인 ‘미셰린(Michelin)’의 프랑스어식 발음. 원래는 타이어 테스트를 위해 프랑스 전역을 시험주행하던 이들이 오가는 길에 있던 크고 작은 레스토랑들을 소규모 책자로 엮었던 것이 그 출발이었다.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은 음식평론 집단으로 성장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세계 미식가들에게 나름대로 권위있는 맛의 기준을 제시한다.

미슐랭과 함께 프랑스 식문화에서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샴페인이다. 프랑스 북동쪽의 상파뉴 지방은 기온이 낮아 와인제조과정에서 효모의 작용이 타 지방과 달랐다. 기온이 떨어지면 효모의 작용이 멈췄다가 날이 풀리면 다시 활동을 시작해 특이한 맛과 질감의 와인이 만들어졌던 것. 이런 독특한 와인의 생성을 체계화해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이 바로 17세기 신부 돔 페리뇽이었다.

요리사 파스칼 탱고는 프랑스의 미식을 상징하는 미슐랭제도와 샴페인 둘 사이에서 살아왔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삼대째 요리를 가업으로 잇는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요리와 샴페인의 날들이었다”고 말한다. 탱고씨와의 대화는 돔 페리뇽 95년산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졌다.

박〓당신의 이력에서는 유난히 이름난 레스토랑이 자주 눈에 띈다. 간략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탱고〓나는 현재 모엣 샹동사 소유의 VIP파티용 고성인 사랑성(Chateau de Saran)의 주방을 총지휘하고 있다. 파리의 호텔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레스토랑 뤼카 카르통에서 실습했다. 파리의 미슐랭 별점 셋(최고급)짜리 레스토랑 중에서도 특히 와인과 음식의 어울림을 중시하는 곳이었다. 졸업 후 르노트르학교에 편입, 페스트리와 케이크 데커레이션을 공부했다. 1979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의 요리사로 스카우트되어 엘리제궁 주방에 입성했다. 3년 후 파리의 특급호텔인 크리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자신의 요리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탱고〓나는 전통적인 요리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내가 농담삼아 하는 말이 “퓨전은 혼란이다(Fusion is confusion)”라는 것이다. 고유의 맛이 흐릿한 음식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의 요리는 지극히 프랑스식이다.

박〓당신은 1999년부터 모엣 샹동사에서 일했지만 성장환경으로 보아 샴페인을 접한 것은 훨씬 이전이었을 법한데….

탱고〓정확히 기억하는 첫 모금은 세 살 때였는데, 그때 내가 맡았던 샴페인의 향기에 대한 인상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박〓한국에서도 샴페인이 요즘 흔해지고 있지만 샴페인과 한국 음식의 궁합을 맞추는 것은 꽤 난제다. 특히 한국음식에는 고추 마늘 등 향이 센 양념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샴페인의 향을 즐기며 한국 맛까지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탱고〓무조건 ‘자극적인 음식에 샴페인이 맞을 리 없어’라고 치부해 버리기보다는 직접 마셔보고 조절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음식에 마늘이 많이 들어간다지만 마늘의 경우 굽거나 조리과정에서 좀 일찍 넣어 푹 익히면 마늘 특유의 부드러움과 단맛이 퍼져나와 오히려 샴페인과 잘 어울린다. 자극적인 요리로 손꼽히는 카레도 샴페인과 만나서 달큰한 맛이 한층 부각되는 시너지효과를 낸다.

박〓당신에게 샴페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탱고〓내게 샴페인은 행복과 축배의 상징이며 동시에 노동의 상징이다. 포도의 씨를 길러서 나무로 만들고 열매를 거두어 양조를 하는 동안 들어갔을 무수히 많은 손길과 노동이 떠오르는 것이다. 최고급 돔 페리뇽의 경우 한 병의 샴페인을 출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8년이다.

박〓돔 페리뇽을 비롯한 특급 샴페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탱고〓우선 컵에 따랐을 때 빛깔이 다양한 종류의 황금색을 띤다. 수면은 보석처럼 반짝거리며 잔 바닥에서부터 솟구치는 기포가 수면까지 한 번에 힘차게 올라온다. 기포의 수는 풍부하고 일정해야 하며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기포의 질은 수면을 둘러가며 형성되는 거품층을 보면 판단할 수 있는데, 질이 좋은 기포들은 수면 둘레에 미세한 거품막을 이룬다. 이 막은 샴페인의 향과 맛을 혀에 더 넓게 퍼지도록 해준다.

박〓내가 와인에 대해 강의를 할 때는 가급적 인접한 지역의 물로 만들어진 와인과 음식을 곁들이라고 한다. 수원의 조건이 비슷할수록 결과물의 성격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물을 먹고 자란 포도로 만든 샴페인이 한국의 물을 먹고 자란 농수산물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다고 보는가?

탱고〓나라는 다르지만 내륙과 해안, 산악지방이 고루 퍼져 있고 계절의 바뀜이 있다는 것이 한국과 프랑스의 공통점이다. 샴페인을 비롯해 이런저런 와인을 맛보다 보면 비교적 내 입맛에 맞는 물맛을 만날 수 있다. 마음이 열려 있다면 접하는 모든 것이 영감이요, 삶의 자극제가 된다. 한국인들에게도 타 문화의 맛을 열린 마음으로 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리〓박재은 파티플래너·요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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