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학자 선우현교수 진보진영 독선 비판

  • 입력 2002년 11월 6일 17시 57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둘러싸고 이른바 ‘남남갈등’이 벌어지는 가운데 진보 진영의 독선을 비판하는 글이 나왔다.

선우현(鮮于賢·42·사진) 청주교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소장 철학자들의 모임인 ‘사회와 철학 연구회’가 최근 펴낸 책 ‘진보와 보수’에서 ‘한국 사회에서 진보 보수간 이념적 대립구도의 왜곡화’란 글을 통해 진보 진영의 자기 성찰과 비판을 요구했다.

‘사회와 철학 연구회’는 과거 반공 이데올로기 아래서 사회 현안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회피해온 한국 ‘사회철학’의 풍토를 반성하며 93년 결성된 학회로, 홍윤기(동국대) 권용혁(울산대) 김석수(경북대) 철학과 교수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우교수는 “보수와 진보 입장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하위 형태’에 관한 세밀한 구분이 이뤄지지 않고 ‘보수 아니면 진보’라는 이분법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가운데 이념 대결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모든 보수를 수구 반동으로 재단할 수 없으며 거기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교수는 또 “1970∼80년대 군사 독재정권시절에는 ‘민주 대 반민주’의 양태로 진보 보수간 이념 대결이 드러나 입장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비교적 용이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의 진보 보수간 이념 대립은, 적어도 대북 정책이나 북한과 관련한 사안에서는 어느 쪽이 옳은 가를 판단하는데 적지 않은 숙고를 요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북한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 체제가 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 변화가 ‘본질적 실체적’인지 ‘전술적 현상적’인지는 논란의 대상”이라며“지나친 ‘낙관론’의 견지에서 현상적 전술적 변화를 근본적 변화로 잘못 읽어냄으로써 남북통합에 기여하기 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사태로 귀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우교수는 또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세력을 무조건 반통일 냉전 세력으로 모는데 대해 “‘통일 대 반통일’ 구도는 분단을 고착시켜 이익을 증대하려는 세력이 존재했던 군사독재시절뿐만 아니라 지금에도 유효하다”며 “하지만 통일을 염원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로 북한의 변화와 자세를 주시하는 보수적 입장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주한 미군철수와 관련해서도 “철수를 주장하면 통일 자주 민족세력으로 간주되고, 이를 반대하면 반통일 반민족 세력으로 치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주한 미군이 평화를 유지하고 전쟁을 억지하는 현실적 요인이라는 점을 ‘균형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우교수는 “70∼80년대에 비해 크게 바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보수 진보 간 대립을 고찰할 경우 ‘진정한 보수’와 ‘사이비 보수’를 구분하지 못한채 자신의 입장과 다른 보수적 입장을 수구적 보수로 여겨 자신의 입장만 옳다는 식의 독선을 드러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우교수는 연세대 철학과를 나와 서울대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사회비판과 정치적 실천’ ‘우리시대의 북한철학’ ‘위기시대의 사회철학’ 등의 저서를 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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