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싸이가 변했다…노래도 변했다

  • 입력 2002년 10월 8일 17시 27분


3집 ‘3마이’로 복귀한 래퍼 싸이. 이훈구기자
3집 ‘3마이’로 복귀한 래퍼 싸이. 이훈구기자
래퍼 싸이(본명 박재상·25)가 3집 ‘3마이(쌈마이·싸구려)’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11월 대마초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한 지 11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SBS ‘좋은 친구들’이후 TV에도 다시 출연하고 있다. 3집은 10만장 판매에 다가서며 팬들의 평가를 확인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오렌지족’이라는 출신 성분이 싸이가 제기하는 비판의 진실성을 희석시키긴 해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후련함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싸이 3집 전곡 들어보기

3집의 랩은 1, 2집보다 훨씬 순화됐다. 욕설이 ‘비치’ 등 일부 곡에만 있을 뿐이고 다른 노래의 랩중에는 밝고 긍정적인 대목이 많다. 리듬도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타이틀곡 ‘챔피언’은 ‘건전 가요’나 다름없다. 이 가사를 쓰기 전 2002한일월드컵때 ‘붉은 악마’들의 탁트인 함성과 몸짓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그는 설명한다.

‘음악에 미치는 네가 소리 지르는 네가 인생 즐기는 네가 챔피언∼’.

-랩에서 비판의 칼날이 예전보다 예리하지 않다.

“그(대마초) 사건으로 모진 풍파 맞다보니 내공이 쌓였다. 직설보다 은유의 열린 해석을 시도했다. 사건 이후 올해 1월부터 집에서 작업했는데 식구들의 ‘내부 검열’도 받았다.”

-그 사건 뒤 복귀가 빠르다는 비판도 있다.

“…. 처음 듣는다. 그 사건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 임종도 못하고, 나라에서 주는 벌도 받았다. 사람은 사회가 납득하는 한도내에서 ‘지그재그’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본다. 그 선을 넘어봤더니 그 댓가는 엄청났다. 다신 그런 짓 안한다.”

그 사건을 말하면서 싸이는 매스컴 체험론(論)도 펼쳤다. 매스컴이 스타라며 정신없이 띄우는 것만큼 잘못에 대한 추궁도 인정사정없었다는 것이다. 싸이는 “그런 매스컴의 생리를 꼬집는 가사도 쓸까 했으나 연예인과 매스컴은 공존 관계이기에 그만뒀다”며 “이만하면 내공이 쌓인 것 아니겠냐”고 웃어 넘겼다.

-3집의 컨셉트는.

“상업적으로는 여지를 남겼다. 1, 2집때 세게 나갔으니 이번에는 다음을 위해 부드러움을 택했다. 계속 세게 나가면 부러진다. 개인적으로는 반성같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수록곡중 ‘빤빠라’의 가사에 연예인들이 공감한다.

(싸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빤빠라는 ‘딴따라’ 곧 연예인이다. 이 노래는 연예인을 동네북 취급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성상납설, 스캔들 등 연예계는 왜 다른 분야에 비해 더 지독하게 두들겨맞는지 모르겠다. 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캠프에서는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을 부를 것인가. 연예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 같지만 실은 ‘표몰이용’에 불과하다. 가사중 ‘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빤빠라’가 그런 뜻이다.”

-연예계의 잘못도 있지 않은가.

“내가 만나는 연예인들끼리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어 잘 모른다. 그런 일은 일부 아니겠는가.”

새음반에는 이선희 김완선 박미경 등 여가수들이 많이 참여했다. 싸이의 누나 박재은씨(파티 플래너·요리 평론가)도 수록곡 ‘퀸’에 참가했다.

-여가수들이 많은 이유는.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랩은 내 영역이지만 멜로디는 아니다. (이)선희 누나가 부른 노래 ‘안녕히’는 할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여서 특별히 부탁했다. 선희 누나는 노래를 잘하는 게 어떤 건지 실감나게 해줬다. 그것이 가수의 기준이라면 나는 한참 멀었다.”

싸이는 나이트 클럽에서 잘 놀기로 유명하다. 다른 연예인들은 모자 눌러쓰고 서 있다가 그냥 가지만 그는 방송 무대보다 더 설친다.

-공부 잘했던 누나와 전혀 다른 길인데.

“부모님이 누나와 같은 길을 강요하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나를 보면서 ‘저렇게 살아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인기인으로 나이트클럽에서 설치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재미있다. 방송 무대에서 나는 노동을 하지만 나이트 클럽에서는 진짜 노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젠 놀만큼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아들이 자기처럼 산다면.

“(지체없이) 도시락 싸들고 말릴 것이다. 나 같은 아들은 부모 속 무지 썩인다.”

-무역업을 하시는 아버지가 사업을 물려받기 원할 것 같다.

“나는 딴따라여서 사업을 잘 할 수 없다. 음악은 잘 할 수 있다. 아버지 뜻도 받아들이고 싶지만 무책임하게 받고 싶은 맘이 없다. 사업은 내 능력밖의 일이다.”싸이는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듯했다. 그러나 자기 관리를 위해서는 해선 안될 일이나 말을 구분하는 ‘영리한’ 일면도 보였다. 헤어지면서 그는 “내 얼굴이 잘 생겼는데 매번 조그맣게 게재돼 서운하다”며 손짓으로 큰 하트 모양을 그려보였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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