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김경재 목사와 현각스님 '종교 폭력성과 평화'강연

  • 입력 2002년 8월 30일 18시 36분


29일 열린 ‘종교의 폭력성과 평화’에 대한 강연회에서 김경재 목사(왼쪽)와 현각스님은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29일 열린 ‘종교의 폭력성과 평화’에 대한 강연회에서 김경재 목사(왼쪽)와 현각스님은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크리스찬 아카데미 김경재 원장(한신대 교수·목사)과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미국인 현각스님이 29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2층 강당에서 ‘종교의 폭력성과 평화’에 대해 강연했다.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일반인 대학생 종교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두 시간동안 진행된 이번 강연회에서 김목사와 현각스님은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진정한 평화가 온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

■김경재 목사

왜 종교안에, 종교간에 폭력성이 잠재하고 있는가. ‘자기 붓대롱으로 본 하늘만이 진짜요, 자기만이 하늘을 모두 본 자’라고 우기는 배타적 독선 때문이다. 종교의 시작과 본래 모습은 ‘막히지 않고 흐르는 물과 바람같은 것’인데 이것이 역사를 거치면서 고인 물과 탁한 공기가 되었다.

종교 경전에 나오는 ‘거룩한 전쟁’이니 ‘지하드’(聖戰)니 하는 것은 받아 들여서는 안되는 이데올로기다. 종교의 기본원리는 ‘자기부정을 통한 새로운 존재에로의 재 탄생’이다. 이 과정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은 종교인은 미움, 봉사, 평화, 연민 대신 지배욕망으로 가득한 ‘공격적 종교인’이 된다.

어떻게 해야 평화, 자유, 평등, 상호 성숙을 이뤄가는 종교인들이 될 수 있는가? 모든 것은 절대가 아니라 상대적임을 받아 들여야 한다. 나는 이것을 ‘해석학적 눈뜨임, 참회’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의 모든 지식과 이해는 제한되고 굴절되기 쉬우므로 ‘상대적’이다. 그것이 종교적 진리일지라도 ‘상대적 진리체험’임을 알아야 한다. 부분적으로 아는, 언어나 논리의 세계안에서는 모호성에 휩싸인다. 진리라는 것도 언제나 구체적인 ‘역사적 문화적 언어적 틀’에 담겨 이해되고 표현되어 왔다.

이제 우리는 어느 종교가 더 좋은 진리 ‘체계’를 가졌는가를 따지는 ‘정교(正敎) 경쟁’이 아니라 어느 종교가 더 많은 자유, 정의, 평화, 봉사 운동에 복무하는 가를 따지는 ‘정행(正行) 경쟁’이 되야 한다. 좋은 나무는 열매로서 안다. 종교의 진면목은 교리, 제도, 신학, 직제 등이 아니라 ‘지금 여기(now-here)’에서 ‘자유와 사랑 안에서 삶 그 자체’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되고 이해된 만큼 사랑하고 협동한다. 이웃 종교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종교간의 갈등과 폭력의 중요한 원인이다. 종교는 물신숭배시대, 성장신화 찬양시대속에서 시류에 편승하지 말고 인간성의 자기정화, 고양, 승화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각 스님

꼭 1년전 이맘 때 나는 뉴욕 법회 때문에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뉴욕 JFK공항에 다다를 즈음, ‘이 비행기는 곧 공항에 내린다. 공항의 날씨는 맑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10여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공항 보안문제 때문에 착륙이 힘들다는 기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비행기는 항로를 바꿔 미니애폴리스로 내렸다. 나는 다른 탑승객들과 공항 호텔에서 3일간이나 머물면서 9.11테러 소식을 들었다.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공격한 사람들은 한쪽 입장에서 보면 살인자이지만 다른 한쪽 입장에서 보면 순교자다. 조시 부시 대통령이나 오사마 빈 라덴 모두 ‘신이 우리를 도울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이때 말하는 신은 무엇인가. 우리는 각자 우리들 나름대로의 신이 있다. 그리하여 내가 믿는 신만이 옳고 남이 믿는 신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종교적 배타성이다.

내 믿음에만 집착하고 남의 믿음을 인정하지 않은 것 자체가 종교적 폭력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왕국’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 자비와 같다.

예수께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하셨다. 도대체 그 진리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가톨릭 신자였던 나는 그런 의문을 갖고 영적 방황을 했으며 책도 수없이 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참선 수행을 통해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리나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가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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