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한국계 작가 美 문단서 주목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44분


미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한 이창래씨(왼쪽),‘옐로’로 미국 문학계에서 새롭게 부상한 돈 리씨

미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한 이창래씨(왼쪽),‘옐로’로 미국 문학계에서 새롭게 부상한 돈 리씨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이 미국의 주류 문학계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작가 돈 리(42)의 작품 ‘옐로’가 번역 출간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는 이창래씨(37)가 손꼽힌다. 프린스턴대학 인문학 및 창작과정 교수인 그는 1995년에 발표한 ‘네이티브 스피커’로 헤밍웨이상, 아메리칸북상 등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았다. 이어 1999년에 펴낸 ‘제스처 라이프’로 아니스펠트-울프상과 아시아-아메리카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사주간지인 뉴요커는 그를 40세 미만의 대표적인 미국 작가 2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으며 프린스턴대는 ‘네이티브…’를 교내 독서 프로그램 필독서로 선정하기도 했다.》

미국 사회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한국인 이민자의 애환을 담은 ‘네이티브 스피커’의 출간 당시, 그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는 했으나 ‘가능성 있는 동양계 작가’라는 평가에 머물렀다. 하지만 종군위안부를 다룬 두 번째 작품 ‘제스처 라이프’는 평단의 극찬과 함께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는 등 한국계 작가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었다. 이 작품은 ‘정체성 찾기’라는 화두를 넘어, 미국 주류사회와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

돈 리(42)는 이창래의 뒤를 잇는 새로운 한국계 스타작가. 그는 이창래 보다 미국 사회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 든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돈 리는 자기 자신처럼 누가 봐도 사회의 ‘주류’이지만 ‘진짜’ 미국인일 수는 없는 ‘바나나(겉은 노랗지만 속은 백인처럼 흰)’의 얘기를 소설 속에 그렸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판된 돈 리의 소설집 ‘옐로’에 대해 미국 신문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기존 ‘이민문학’의 새 지평을 연 탁월한 작품이다. 동양계 미국인의 삶의 본질을 소설의 형식을 통해 사실감있게 파헤쳤다.”(LA 타임스) “돈 리는 소위 ‘인종문학’에 대해 독자들이 갖는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인종문제를 다루면서 대중을 보수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뉴욕 타임스)

이민 3세대인 돈 리는 “전반적인 미국 문화에 상당히 동화된 이민 3,4세대는 약간의 민족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 인종차별이라는 미묘한 행태에 직면해 있다.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동양계 미국인도 다른 모든 미국인들처럼 개별적이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파란 대문집 아이들(원제 House of the Winds)’의 미아 윤과 ‘엄마의 집(The Long Season of Rain)’의 헬렌 킴, ‘외국인 학생(The Foreign Student)’의 수잔 최, ‘천 그루의 밤나무(One Thousand Chestnut Trees)’의 미라 스타우트 등의 한국계 작가들이 90년대 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전적 이야기 또는 한국사와 이민생활을 작품의 주요소재로 삼고 있다.

이들 한국계 작가들은 모두 현지인이 공감할만한 수준의 영어를 통해 한국의 감정과 문화를 문학으로 형상화해내는 작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경희대)는 “한인작가들의 소설이 우리 문학에도 귀중한 자원이나 우리 독서계는 아직 이들의 문학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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