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진짜 자존심이란

  • 입력 2002년 8월 15일 16시 44분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결혼생활 6년차인 한 주부. 남편의 예민하고 서슬 퍼런 성격 때문에 마음고생이 적지 않다.

“남편은 자존심이 지나치게 칼날 같은 사람이에요. 절대로 누구한테든 굽히는 법이 없죠. 덕분에 벌써 회사를 옮긴 것만 해도 서너 차례나 돼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남편한테 화를 내보기도 했다. 요즘 세상에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 조금쯤 굽힐 줄도 아는게 처자식 위하는 거다, 자존심만 하늘을 뚫으면 뭐 하느냐 당장 낼 아침에 쌀 떨어져 봐라, 기타 등등. 그러나 아내의 바가지에 그야말로 자존심이 바닥까지 내려간 남편은 두 달 동안 꼼짝 안 하고 노는 걸로 아내한테 복수했다.

“그 후론 아예 남편 자존심에 상처가 될 말은 입도 벙긋 안 하고 살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이지 화 나고 억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누군 뭐 자존심이 없나요. 먹고 살자니까 할 수 없이 남한테 아쉬운 소리도 하고, 민망한 꼴도 보이면서 그렇게 사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자기만 자존심이 퍼렇게 살아 있어야 하느냐구요?”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녀나 그녀의 남편이 자존심이란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흔히 예민하고 남과 타협할 줄 모르고 늘 꼿꼿하게 독불장군식의 처세를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진짜 자존심이 아니다. 일종의 노이로제적인 프라이드라면 모를까…. 매사에 갑옷으로 무장하고 날을 세우지만 그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두려움이다. 자신의 어두운 면을 노출해 인간관계에서 상처 입고 피흘리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서슬 퍼런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흔히 자존심이 강하다고 하고 대개는 본인도 그렇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밝고 어두운 면을 다 지니고 있다. 음양이론이나 인간의 다중성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것이 우리 모습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긍심은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고 수용하고 또 발현시킨다. 설령 내 편에서 좀 상처를 입더라도, 체면이 약간 깎이더라도 개의치 않고 따뜻한 배려와 공평함, 그리고 매사에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면 그는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노이로제적인 자존심과는 구별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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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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