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러시아서 잠자던 우리 문화재 1691점 확인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24분


행보석
이국땅 러시아에서 잠자고 있던 한국의 문화유산이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 표트르대제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를 학술 조사해 1691점의 문화재를 확인했다.

박물관에 전시 중인 것뿐만 아니라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문화재를 일일이 조사해 확인한 것들. 확인된 문화재는 대부분 조선 말기에 수집된 유물들이다. 1800년대 후반 주한 러시아 공사로 재직했던 웨베르의 수집품과 1900년대초 조선에서 활동했던 러시아 민속학자 큐네르가 수집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1950년대 이후 북한으로부터 기증받은 것도 일부 포함돼 있다.

철제은입사 촛대

이번에 조사한 문화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웨베르 수집품. 러시아 공사로 재직 중이던 1884∼96년 사이에 고종과 명성황후에게 하사 받은 철제은입사(銀入絲)촛대와 행보석(行步席) 등의 궁중생활 공예품이다. 철제은입사 촛대는 홈을 판 뒤 그곳에 은실을 두드려 박는 은입사 기법으로 제작한 촛대로, 고난도의 은입사 기법이 돋보이는 세련된 유물이다. 행보석은 귀한 손님이나 신랑신부를 맞이할 때 마당에 까는 좁고 긴 돗자리로, 당시 상류사회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웨베르가 수집한 고려시대 청동 정병(淨甁·깨끗한 물을 담는 병)과 청자들, 고려에 수입됐던 중국의 북송(北宋) 백자도 다수 확인되었다.

웨베르 수집품 중 한약재 46점도 이색적이다. 한약재와 함께 처방전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당시 한의약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들 문화재 사진과 설명을 수록한 해설집을 펴낼 계획이다. 문화재연구소는 1992년부터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 현지 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한약재

청자 대접 및 종이상자

청동 정병과 청동 용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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