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공연 ´티켓가격´ 어떻게 정하나

  • 입력 2002년 7월 11일 14시 41분


최근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부부의 내한공연 입장권 가격이 최고 3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티켓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연 입장료의 가격은 어떻게 매겨질까.

"국제적인 음악가가 공연하는 음악회의 5만원짜리 입장권을 구입했을 경우, 70%인 3만5000원 정도는 연주자 통장에 직접 입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좀더 상세히 들여다보자.

피아노나 현악 분야에서 '세계 1급'을 인정받는 연주가의 하루 연주 개런티는 통상 5만∼8만달러 (약 6000만∼9600만원)선. 일본 홍콩 등 인근지역을 거치지 않고 서울공연만 할 경우 개런티는 더욱 높아진다. 각각 10만달러 씩 20만달러를 챙겨간 알라냐 부부가 이런 사례.

개런티에 비해 이를 제외한 기타 비용은 다 합쳐야 3000만원선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기준으로 한 대관료가 500만원, 피아노 마이크 등의 사용에 드는 부대설비 비용이 100만원, 인쇄물 광고 등을 비롯한 홍보선전비가 평균 800만원선이다. 연주자와 반주자, 매니저를 위한 특급호텔 3박 비용이 300만원정도, 항공료 경우 비즈니스석 기준으로 3인 2000만원정도가 들지만 이는 일본 등 주변국가의 공연기획사와 나누어 지불하기 때문에 50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이런 '지출'항목 외에 '수입'항목은 어떻게 구성될까. 이 정도 개런티를 받는 1급 연주가 초청공연 경우 최근에는 2만∼10만원선의 입장권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통례다. 저가 입장권의 비율이 높으므로 평균을 5만원으로 잡으면, 2000석을 판매했을 경우 매표수입은 1억원이 된다. 문예진흥기금 6%를 제하고 판매대행사 수수료 등도 제하면 총 금액은 더 떨어진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안내 프로그램 및 CD 판매수익이 최대 3000만원선. 여기에 기업 협찬금이 붙는다. 기업으로서는 이미지광고효과에다 일정한 절세효과까지 거둘 수 있지만 공연마다 '성과'는 5000만원선에서 500만원선까지 들쭉날쭉이다.

이토록 '운'과 '경우의 수' 가 많은 공연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공연의 적자와 흑자는 한마디로 기획력 외에 '천운'이 작용하는 셈.

국내제작 연극 (입장료 8000∼1만5000원선) 이나 뮤지컬(2만∼5만원선)의 경우 이와 달리 배우와 스태프의 개런티가 전체 예산의 30∼40%를 차지한다. 수입의 경우 티켓 수입이 30∼50%, 대기업 협찬이나 문예진흥기금에 절반 이상을 의존한다고 한 연극계 관계자는 밝혔다.

영화의 경우 훨씬 세밀한 가격 분석이 가능하다. 서울 평일기준 입장료 7000원에는 10%의 부가세 (597원)와 6.5%의 문예진흥기금(427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뺀 5976원을 극장과 배급사가 5대 5 (외화는 4대 6)의 비율로 나눠갖는다. 배급사 몫인 2988원은 다시 배급사와 제작사가 계약에 따라 나누지만 이 액수는 배급사의 투자여부 등에 따라 천차만별. 그러나 보통 수입의 8∼10%를 배급사가 가져간다. 이를 토대로 따져보면 100% 영화사가 자체 투자해 제작한 영화의 경우 관객 1명당 2800원씩의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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