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무용계 "직업수명 짧아 軍복무 치명적"

  • 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41분


국내 무용계 대표인사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남자 무용수들에 대한 병역 혜택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무용계 대표인사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남자 무용수들에 대한 병역 혜택을 호소하고 있다.
무용계가 유능한 남자 무용수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발레 붐 등 무용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연 기회가 늘고 있지만 한창 실력을 발휘해야 할 남자 무용수들이 군복무를 위해 무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레의 경우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긴’ 다른 장르와는 달리 ‘인생은 길지만 예술은 짧은’ 몸의 예술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이에 따라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예술단 등 8개 무용단 및 예술단체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이화여대 한양대 등 38개 대학 무용관련 학과 교수들은 최근 ‘무용콩쿠르 입상자에 대한 병역면제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등에 제출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최근 무용계가 괄목할만한 신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훌륭한 무용수들의 노력 덕분”이라면서 “그러나 남자 무용수들은 병역문제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여년 이상 각고의 노력 끝에 무용에 필요한 신체조건을 갖춘 남자 무용수들이 한창 공연해야 할 시기에 군 입대로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들은 특히 “훌륭한 무용수들도 몇 개월만 연습을 중단하면 이를 회복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2∼3년간 무용 연습을 중단할 경우 무용수로서의 생명이 끝나게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외 주요 무용콩쿠르 입상자들의 병역을 면제해주거나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무용 연습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게 무용계 인사들의 요구다. 특히 동아무용콩쿠르 서울무용제 전국무용제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등 4개 국내 대회 1위 입상자에게만 병역면제 혜택을 주고 국제콩쿠르 입상자들에게는 전혀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호소한다. 또 국제대회 입상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음악 등 다른 예술분야와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음악분야의 경우 마리아칼라스국제음악콩쿠르 등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119개 국제대회 1, 2위 입상자들에게 병역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파리 국제 무용경연대회에서 금메달을 받고도 내달 10일 입대영장을 받은 안영준씨.

무용인들은 무용분야의 경우도 뉴욕국제발레경연대회 국제무용경연대회 파리국제무용경연대회 등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31개 국제대회 입상자들에게는 병역특례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국제무용대회는 병역특례가 주어지는 국내 4개 대회 보다 훨씬 더 입상이 어렵기 때문.

현재 병역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남자 무용수는 국립발레단에 7명,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1명, 유니버설발레단에 5명 등 20명 안팎이다.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은 “남자 무용수 병역특례를 확대해주도록 그동안 수차례 정부에 건의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면서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한국 무용계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력있는 남자 무용수에 대한 병역특례가 하루빨리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2000년 파리국제무용경연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안영준씨(27·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는 무용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 사람인데도 다음달 10일 입대하라는 영장을 받은 상태”라면서 “이번에 병역특례 확대 요구가 받아들여지 않을 경우 무용계 인사들이 나서서 항의의 뜻으로 안씨의 입대를 막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용계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김장실(金長實) 문화관광부 예술국장은 “문화부는 무용계의 요구가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병무청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지만 병무청에서는 병역 자원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이유로 무용콩쿠르 입상자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무용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는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와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공익근무 대상 예술경연대회는 병무청 훈령으로 정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국제무용콩쿠르 입상자에 대한 병역특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병무청 훈령을 개정해야 한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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