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7년째 연재 최인호 '가족' 단행본 두권 추가된다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37분


국내 연재소설 사상 최장기록을 달마다 늘려가고 있는 최인호의 ‘가족’이 단행본으로도 두 권을 곧 추가하게 됐다. 6권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7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30일경 샘터사에서 출간되는 것.

“가족이란 모든 이의 인생의 중심이며 삶의 핵심이 아닌가. 나만의 개인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통해 모든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쓰고자 했다”는 연재의 변과 함께 1975년 9월 월간 ‘샘터’에 처음 모습을 보인 ‘가족’.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27년째 독자를 만나고 있다. 5월이면 회수로 320회, 원고지 장수로 6400장을 넘길 정도의 분량이다.

이 소설은 ‘삶의 기록’으로서, 또한 작풍(作風)의 기록으로서 작가 최인호의 변화를 고스란히 비추고 있다. 초기의 일상적이고 유머러스하며 해학적인 내용에서 중반기의 무겁고 진지한 인생 얘기를 거쳐 이제는 보다 폭넓은 모습의 가족 생활을 다루고 있는 것.

1권 ‘신혼일기’부터 5권 ‘인간 가족’까지는 젊은 남녀의 만남으로부터 그들이 한 가족을 이뤄 아들 딸 낳고 서로 다투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6권과 7권에는 아이들이 자라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세상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초기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연재가 시작되던 해 아장아장 걷던 네 살바기 다혜? 한 살짜리 아들 도단이? 그 애들 얘기인가…?”

작가 최인호의 단란한 가족. 왼쪽부터 사위 성민석, 최인호, 손녀 정원, 딸 다혜, 부인 황정숙씨.

이름이 예뻐 한동안 같은 이름을 유행시킨 딸 다혜는 어느덧 아이 엄마가 돼 미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다. 아들 도단이는 아버지의 모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를 받고 대기업에 입사해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6권의 제목인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은 다분히 ‘딸 지향적’이다. 딸 다혜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 것은 작가 자신에게 있어 ‘넓고 넓은 바닷가에 살고 있던 늙은 애비’가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하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과도 같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7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 작가는 큰누이와 막내누이의 죽음을 비롯, 작가의 큰 스승이었던 황순원 선생의 죽음 등 여러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의 뒤편으로 사라져버린 누이들과 황 선생 대신, 손녀딸 정원이를 만나게 된 것처럼 우리 모두 ‘나비와 꽃송이가 되어 또 다시 만날 수 있는 영원의 존재임’을 그는 믿는다.

작가는 언젠가 ‘아내와 아들, 딸을 둔 내 가정이야 말로 평생 수도원’이라고 했다. 바깥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는 듣기 쉬워도, 가정에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좋은 남편, 아버지라는 평가를 얻기는 어렵다는 우리나라 아버지들의 ‘공통 넋두리’와 함께.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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