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말보다 주먹이 가까워?

  • 입력 2002년 4월 25일 15시 15분


30대 초반의 이모씨. 결혼생활 2년째인 그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첫 사건이 터진 건 결혼하고 두 달도 안돼서였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한테 무자비하게 폭력적이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그였다. 자신만은 결코 그러지 말자고 얼마나 다짐했던가. 적어도 그 다짐만은 실천하며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날도 아버지는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한테 접시를 내던지며 소동을 피웠다. 아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그 얘길 꺼내며 아버지와 자기를 싸잡아 비난하는 순간,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팽그르르 돌고’ 말았다. 아버지의 폭력이 그에게 아킬레스건이란 걸 그 아내가 어찌 알았으랴.

“아버지 때문에 속이 상해 이미 술을 한잔한 상태였습니다. 아내를 남의 집 담벼락에 기대놓고 어퍼컷을 날렸죠.”

너무 놀라 말조차 하지 못하던 아내는 그 길로 친정으로 가버렸다.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자기혐오에 빠져 이틀 동안 술만 마셔댔죠. 아내완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어느 여자가 그런 꼴까지 당하며 계속 살겠습니까?”

그런데 아내는 친정 어머니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왔다. 장모가 울며 말했다. “자네 장인 무서운 사람이네. 저 애더러 맞아 죽어도 친정행은 안된다고 못 박았어. 그러니 우리 모녀 살리는 셈 치고 다신 이런 일 없게 해 주게.”

차라리 죽었으면 싶던 그였다. 무슨 말을 하며 고개를 들겠는가. 한번만 용서하면 다신 그러지 않겠노라 맹세했다. 그가 몇 번이고 그 맹세를 어기는 동안, 놀랍게도 그 모든 걸 견뎌내고 있는 사람은 아내다. 그 사실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든다.

그는 아내나 그 밖의 다른 사람들과 갈등이 있을 경우, 그것을 대화로 푸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자라났다. 감정표현은 더더욱 서툴렀다. 그러다 보니 욱하는 성미가 예사로 폭력으로 나타나곤 했던 것이다. 그의 예에서 보듯이, 감정이란 적절히 표현되지 못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폭력은 그것이 부적응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방식으로 표현되는 전형적인 예인 것이다.

적절한 감정표현과 대화 훈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성장과정에서 그런 훈련을 받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느 시기에 자기 문제를 인식한다면 반드시 적절한 훈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성급해선 안 된다. 딱 한 호흡만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그 감정이 상황에 부합되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다음, 부정적인 감정일수록,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www.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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