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경동 교수 "한국 사회학 독립역량 갖췄다"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13분


사회학의 한국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대 사회학과 김경동(金璟東·66) 명예교수의 정년퇴임 기념행사가 2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오전 9시반 ‘동서문명의 만남:신천년대 신문명의 탐색’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에 이어 5시부터 고별강연회 및 출판기념 행사가 진행된다.

김 교수는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고려대 임희섭 교수 등과 함께 한국에 사회학의 뿌리를 내리게 한 학자로 한국사회학계의 실질적인 제1세대 학자군에 속한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사회의 발전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교와 도교 등 동아시아와 한국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이론을 정립하고 한국사회에 고유한 개념들을 체계화해 한국인의 사회적 행위와 의식, 사회관계와 조직원리 등을 이론화하는 작업을 해 왔다.

김 교수는 ‘학문의 정치적 종속과 문화적 독립: 한국사회과학의 자주적 발전을 위한 성찰’이라는 주제의 고별강연에서도 한국사회과학의 자주적 발전 방향을 모색해 온 학자로서의 고민을 소개한다.

강연문에서 그는 “비서구권에서 근대화는 불가피하게 서구적 요소를 수용하는 과정을 포함하지만 이미 근대화 자체는 하나의 문화적 반응으로서 ‘적응적 변동’을 동반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대로 도입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으므로 토착화 자체가 아직은 모방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흘러 학문 후속세대의 저변이 넓어지고 학문 역량이 성장함에 따라 발전을 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恨)문화, 기(氣)문화, 음양변증법적 변동원리, ‘반(反)’의 원리, 중용의 원리, 유연성의 원리 등 사회학의 한국적 토착화를 위해 자신이 시도했던 개념과 이론들을 소개하며 한국적 사회학이 학문의 보편성을 가져야 함도 강조한다.

우리 학문의 독립을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적 원천에서 검색한 이론 및 개념과 방법론을 체계화하는 동시에, 이를 특히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중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기념회에서는 ‘한국사회발전론’(집문당), ‘미래를 생각하는 사회학’(나남출판), ‘사이버시대의 사회변동’(집문당),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아르케) 등 4권의 저서 및 공저서, 3권의 정년기념논총 등 김 교수의 학문적 열정을 보여주는 총 7권이 동시에 헌정된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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