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앞둔 서정우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에 듣는다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00분


《국내 언론학 2세대의 대표학자로 1973년부터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맡아 이끌어온 서정우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이 27일 정년퇴임한다. 제자와 후학들은 서 교수의 퇴임을 기리기 위해 기념 저서 ‘현대신문학’(나남출판)을 만들어 27일 오후 6시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봉정식을 갖는다.

서 교수는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부위원장, 한국ABC협회 회장, 공익광고협의회 위원장, 선거방송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언론학 이론을 언론 현실에 적용하는데도 앞장서왔다. 그를 만나 한국 언론의 현상황과 미래에 관해 들어봤다.》

-30년간 학계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시다 퇴임하는 소감은.

“법적으로 정년을 맞게 됐지만 죽을 때까지 가르치고 책을 쓰는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30년 동안 크게 세가지 일을 했습니다.

첫째, 강의와 교육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1992년에는 언론홍보대학원을 만들어 언론인 재교육 기반을 조성했고 2000년에는 영상전문대학원 설립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두 번째는 방송위 언론중재위 ABC협회 등을 통해 언론자유 확장과 언론의 공적책임을 제고하는데도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셋째, ‘신문학이론’ ‘언론현상의 이해’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 또는 번역해 언론학 발전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1980년대 군부독재시절에도 수업시간에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세무조사 등을 동원해 이른바 ‘언론개혁’을 시도하면서 주요 신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언론과 정부의 바람직한 관계, 그리고 정부 주도의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가 나서서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학자들까지 정부 논리에 가세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정부에 대한 감시 및 비판기능입니다.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있긴 하지만 이런 정부내 조직만으로는 권력의 부패를 절대 막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시(是)’라고 얘기하면 언론은 일단 ‘비(非)’라는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언론이 정부에 동조하기 시작하면 나라는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산체제가 몰락한 것도 언론의 견제역할 부재로 절대권력이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서 교수는 언론의 문제는 언론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정부가 개입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언론과 정부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견제하고 지원해야 나라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분야를 주로 연구해온 서 교수는 신문의 장래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뉴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신문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으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문의 여론형성과 의제설정 기능은 너무도 중요하고 독특한 역할이기 때문에 아무리 영상매체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보편화된다 하더라도 절대로 대신할 수 없을 겁니다. TV가 등장했을 때도 신문이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신문의 영향력을 더욱 커질 것입니다. 대신에 신문도 종이신문에 머물지 않고 뉴미디어와의 접합 등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문사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좋은 인력이 있어야 좋은 신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선 재교육을 통한 기자들의 전문성 제고에 노력해야 합니다. 기사의 전문성을 높이지 않으면 갈수록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수평적인 조직도 중앙집중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편집국 에 중앙정보통제센터 같은 것을 만들어 폭주하는 정보를 1차로 거른 뒤 각부서로 방사선식으로 퍼져 나가게 해야 합니다.”

-언론학자가 되기 전에는 기자생활도 하셨는데, 언론인과 언론학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언론은 학문이나 직업으로나 평생을 걸고 해볼만한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언론은 국가운영의 견인차이자 항해사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언론의 역할은 더욱 커집니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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