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10년쯤 뒤엔 '진짜 살빠지는 약' 나올까

  • 입력 2002년 2월 21일 14시 05분


힘든 운동 하지 않고 마음껏 먹으면서 살이 찔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약 기술의 발달로 비만도 약물로 치료하는 시대를 앞두고 있다. 비만약의 원리는 △영양소 흡수 차단 △신진대사 촉진 △식욕 억제 등 세가지. 현재 2년간의 장기 임상실험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은 비만 치료제는 제니칼과 리덕틸 두가지뿐이다. 제니칼은 첫번째 원리를, 리덕틸은 세번째 원리를 이용한 약이다.

제니칼은 섭취한 지방의 30% 정도를 흡수되지 못하고 몸 밖으로 나오게 한다. 사람이 먹는 지방은 분자가 커서 장에서 흡수되려면 작은 덩어리로 분해돼야 한다. 제니칼은 이자에서 분비되는 지방분해 효소인 리파제의 작용을 억제해 지방이 잘게 쪼개지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게 한다.

따라서 지방보다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 또 흡수되지 않은 지방 때문에 복통과 설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비타민 A D E 등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이 비타민을 보충해줘야 한다.

리덕틸은 ‘배부르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포만 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줄여준다. 포만감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조절, 포만감을 빨리 전달하고에너지소비를증가시키는 것.

대부분의 식욕 억제제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서울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이선영 전문의는 “리덕틸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입이 마르고 초조해지게 하며 혈압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식욕억제제가 포만중추에만 영향을 주면 문제가 없지만 수십가지의 신경 전달물질이 분비되고 흡수되는 복잡한 신경회로망인 사람의 뇌 속에서 이런 선택적 작용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제약 기술의 발달로 10년 이내에 획기적인 비만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서는 비만약은 식이요법과 운동의 보조적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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