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광주학생독립운동 결사조직 참여 최성원옹 투쟁기 펴내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28분


일제 치하였던 1929년 11월 3일 광주고보 학생 50여명은 일본인 학생들의 폭력과 억압을 참지 못해 광주역 광장에서 일본인 학생들과 충돌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전국적인 학생 항일투쟁으로 발전했고 3·1운동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항일투쟁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운동의 모체였던 비밀결사 조직 ‘독서회’에서 활동하다 구속돼 1년 8개월의 옥고를 치르고 석방됐던 최성원옹(89·사진)은 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수원의 한 복지시설에서 쓸쓸히 말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최씨는 1979년 신동아에 연재했던 관련 글을 모아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들’(고려원)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번 책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발단과 열혈청년들의 옥중투쟁기, 운동을 이끌었던 주역들의 활약상 등을 담았다.

이 책 내용 가운데 서 수필가 김진섭의 동생인 김보섭(당시 광주고보 5학년)과 조선대 총장을 역임한 최정기(당시 광주농업학교 2년)가 1930년 7월 7일 감옥에서 벌인 투쟁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일어난 바스티유 감옥 사건을 연상시킨다. 그들이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라!”고 외치자 1500명의 수감자가 일제히 “만세”를 외쳤으며 이 소리를 들은 시민들이 형무소 성벽 밖으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는 것.

광주학생독립운동동지 재경후손회 이웅렬 회장은 “중풍으로 간단한 의사표현조차 힘든 선생께서 동료와 후손들이 이 책을 들고 찾아왔을 때 책을 붙잡고 한없이 울기만 하셨다”고 전했다. 2남 3녀를 두고도 “자식에게 부담이 되기 싫다”며 한사코 혼자 살기를 고집하는 최씨는 지난해 부인과 사별한 뒤 중풍이 더욱 악화돼 주변 사람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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