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담 췌장 질환/서울중앙병원 김명환교수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8시 29분


TV 드라마인 ‘그 여자네 집’에서 탤런트 박근형은 최근 쓸개(담낭)에 암이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가족들에게 “최고의 의사에게 최고의 치료를 받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만약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같은 일이 생겼다면 상당수 사람들은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내과 김명환 교수(45)를 찾아갔을 것이다.

김 교수는 올 6월 미국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병원 강당에서 하버드대 의대 초청교수 자격으로 토머스 라몽, 램 주타니 등 세계적인 내외과 교수 등 100여명 앞에서 ‘담도 질환의 내시경 치료’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라몽 교수 등은 이 강의가 끝난 뒤 “내년 3월에 교수 한 명을 보내겠다”며 ‘한 수 가르침’을 부탁했다. 하버드대는 지난해에 의대 졸업생을 김 교수에게 보내 제자로 삼게 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의 비디오 논문 경연대회에서 99년부터 3년 연속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고 그의 비디오들은 각국 의사들의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세계 권위지에 5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세계 최초’ ‘국내 최초’ 등의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98년 이자의 특정 질환 때 이자관을 절개하면서 담도를 함께 자르는 관행을 깨고 이자관만 수술하는 수술법을 세계 처음으로 확립해 유럽내시경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엔도스코피’에 발표했다.

또 그 해 간 안에 흩어진 담석을 녹여서 없애는 치료제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99년엔 담도암과 췌장암 중 일부 암의 성질이 동일하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 담도와 췌장이 원래 ‘한 뿌리’였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에 앞서 91년엔 췌장암 중 빨리 발견하면 완치가 쉬운 특수한 암 환자가 국내에도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밖에 올해에는 만성 췌장염 중 스테로이드 제제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 소화내시경학회의 편집위원, 유럽 내시경학회의 논문심사위원도 맡고 있으며 각국의 의사들에게 ‘교과서’로 사용될 영어 원서를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췌장암이 증가하고 있다는데….

“그렇다. 췌장암은 폐암 대장암 전립샘암 등과 함께 선진국형 암으로 분류되며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췌장암은 치료가 안되는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빨리 발견되지 않아 사망률이 높은 것이다. 복통과 요통이 겹치는데도 위내시경 검사로 이상이 없거나 황달이 있는데도 간기능 검사에 이상이 없을 경우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하며 이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도 증세가 계속되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담석은 왜 생기나.

“담즙은 간에서 매일 900㎖씩 만들어지는데 담도와 쓸개를 지나면서 지방을 소화하고 콜레스테롤을 배설시킨다. 이 과정에서 담즙에 찌꺼기가 끼어 돌처럼 뭉쳐지는 것이 담석이다. 기생충 감염, 간질환 등이 원인인 색소 담석과 고지방 위주의 식생활과 비만 등이 원인인 콜레스테롤 담석이 있다.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콜레스테롤 담석이 증가하는 추세다.”

-담석이 있으면 모두 없애야 하나?

“쓸개 안에 있는 담석은 아무런 증세가 없으면 그냥 놓아두지만 담도염이나 간경화의 원인인 담도 담석은 발견 즉시 내시경으로 제거해야 한다. 돌덩이가 큰 것은 레이저로 부숴 배출시키기도 한다. 간 일부에 몰린 담석은 간을 잘라내서 없애고 간 전체에 흩어져 수술이 어려운 색소 담석은 용해제 치료와 담도경 수술을 병행한다. 담석을 요로결석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맥주나 물을 많이 마시거나 초음파를 사용한다고 해서 빠져 나가지 않는다. 칼슘이 풍부한 멸치 우유 시금치 등은 먹어도 상관없다.”

-담췌장 질환의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암 초기엔 대부분 개복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암이 아닌 경우엔 내시경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의사는 무조건 개복 수술을 하려고 한다.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적어도 진단 자료를 갖고 가서 ‘2차 진료’를 받고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 매주 3번 하루 50∼60명씩을 진료하는데 이 중 5, 6명은 다른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가 필름을 대신 갖고와 상담을 받는다.”

-담췌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줄이고 술 담배를 멀리 한다.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들인다.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색소 담석증과 담도암 환자가 많은데 간 디스토마 때문인 경우가 상당수다. 민물회는 물론이고 바다고기의 회도 안전을 장담하지 못한다. 따라서 회를 즐기는 사람은 매년 1, 2회 구충제를 먹어야 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어떻게 뽑았나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내과 김명환 교수가 담췌장 질환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4개 의대에서 담췌장 질환을 치료하는 내과 및 일반외과 교수 55명에게 △가족 중 담췌장 질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 및 연구 실적이 뛰어난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일반외과에서는 서울대병원 김선환 교수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일반외과에서 담췌장만 전문적으로 수술하는 소수의 의사 중 한 명으로 스승인 박용현 교수가 서울대병원장을 맡고 있어 진료에서 스승의 몫까지 하고 있다.

내과에서 김명환 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송시영 교수는 스승인 강진경 연세의료원장의 뒤를 이어 담췌장 질환, 특히 췌장암의 정복에 매진하고 있다. 단국대 천안병원의 노임환 교수는 지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추천을 받았다. 노 교수는 몸을 사리지 않고 밤새 연구하기 일쑤여서 ‘밤을 잊은 여의사’로 불린다.

한편 순천향대 심찬섭 교수는 50대 초반이어서 추천 대상자가 아닌데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병원별로는 무려 5명의 내외과 의사가 본보 추천표에 포함된 서울중앙병원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이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의 순이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담췌장 질환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

이름

소속 병원

세부 전공

소화기 내과

김명환

울산대 서울중앙

담췌장 질환

송시영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담췌장 질환

노임환

단국대 천안

담췌장 질환

김창덕

고려대 안암

담췌장 질환

김진홍

아주대

담췌장 질환

정재복

일산

담췌장 질환 등 소화기질환

김용태

서울대

담췌장 질환

이성구

울산대 서울중앙

담도경, 초음파내시경 치료

이동기

원주기독

담췌장 질환

동석호

경희대

담췌장 질환

이종균

성균관대 삼성서울

간 담췌장 질환

정준표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담췌장 질환

이규택

성균관대 삼성서울

위장관 담췌장 질환

서동완

울산대 서울중앙

담췌장 질환

김용범

한림대 강동성심

담췌장 질환

유병무

아주대

담췌장 질환

김선회

서울대

담췌장 질환 수술

한호성

이화여대 목동

담췌장 질환 수술

이영주

울산대 서울중앙

간 담도 수술

이우정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담췌장 수술

김동구

가톨릭대 강남성모

간 담췌장 수술

이상목

경희대

간 담췌장 수술, 복강경수술

김주섭

한림대 강동성심

간 담췌장 수술

박광민

울산대 서울중앙

간 담도 수술

왕희정

아주대

간 담도 수술

김욱환

아주대

담췌장 수술

최상용

고려대 구로

감 담도 수술, 이식, 혈관질환

최동욱

원자력

담췌장 수술

권오정

한양대

간담췌장 수술 이식, 혈관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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