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프랑크푸르트도서전 참관기]'주문형 출판' 큰 관심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2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 콩그레스센터에서 개막돼 15일까지 계속된다. 올해로 53주년을 맞이하는 이 도서전에는 107개국 6000개 업체가 참가해 신간 10만권 등 모두 40여만권의 책이 선보이고 있다. 출판평론가 한기호씨(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참관기를 싣는다.

<편집자>

‘아직도 책에 관심이 있는가?’

독일의 유력경제지 한덴스블라트는 이런 제목의 기사로 제 53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는 침대에서 벽을 기대고 앉아 무표정하게 책을 읽고 있는 남자와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게 앉아있는 여자가 등장하는 일러스트가 함께 실려있다.

이 기사의 제목과 일러스트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올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참가자들은 책의 미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중요 의문들(Big Questions)’을 주제로한 출판인 포럼에서는 ‘디지털 영상’이 독서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출판인 저자 서적상 등 이른바 ‘구텐베르크의 논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새로운 기술이 번역서 시장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가 등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특히 1990년대 이래 지속됐던 것처럼 올해에도 여전히 최고의 관심을 끈 것은 메인전시관에 전시된 전자미디어였다. 그러나 e북보다는 오히려 출판인들의 관심은 ‘주문형 출판(POD·Print On Demand)’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북 비즈니스’의 저자 제이슨 엡스틴은 발달한 디지털 기술로 인해 앞으로 독자들은 주문형 인쇄 단말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책을 60초 이내에 즉각 인쇄 제본해 구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출판은 새로운 ‘황금기의 입구’에 서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독일 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베텔스만 리브리 벨츠 등 주요 50여개 출판사가 이미 POD에 뛰어들어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 도서전시장에서도 POD를 직접 시연해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 진열된 책들은 문학 인문서의 여전한 침체, 여행 요리 등 실용서적과 예술서의 증가, 아동서적의 여전한 강세, 엔터테인먼트 서적의 증가 등과 같은 특징을 보여줬다. 학술서마저도 학문적인 베이스를 깐 실용서로 활로를 열어가려 하고 있다.

또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가 ‘21세기 사전’이란 책에서 21세기에 인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 예언한 것을 연상시킬 정도로 여행서의 약진은 눈부셨다. 나라별로는 최근 산업화 소득증가 도시인구 급증 등으로 인해 출판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약진이 돋보였다.

한국 출판사로는 영진닷컴 웅진닷컴 와이즈북 등이 개별 부스를 설치하고, 문학동네 예림당 사계절 중앙M&B 등 14개 회사가 연합해 한국관을 운영했지만 우리 출판계는 올해에도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출판물 계약이 인터넷을 통해 1년 내내 이뤄지고 있어 일각에서 ‘도서전시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출판관계자들은 이번 도서전에 400여명이 참가해 대부분 외국 아동출판물들을 수입하는데 열을 올렸다.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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