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주5일근무제 반응]불교계 환영, 개신교선 걱정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22분


정부의 ‘주 5일 근무제’ 도입 추진을 바라보는 개신교와 불교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불교계가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인 반면 개신교계에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오히려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교계는 주 5일 근무제가 사찰에서의 신행생활을 위해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正大)스님은 최근 종무회의 석상에서 “주 5일 근무제가 확정되면 중앙 종무기관이 선도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방 사찰은 포교의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하는 눈치다. 최근 재가불자를 위한 상설수련원을 완공한 전남 해남 대둔사 법인(法印)스님은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 전남지역을 하루만에 방문하기는 어렵겠지만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이런 난점이 상당히 해결될 것”이라며 “일반 신도가 자연과 전통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2박3일 일정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개신교계는 ‘성수 주일’을 생명처럼 지켜온 교회가 주말 연휴로 인해 신자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만신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와 주 5일 근무제-그 문제점과 대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기총 교회발전위원장인 이종윤 목사는 “주말 도시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돼 교회가 쇠락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걱정하며 “한국교회가 또 한번의 영적 전쟁을 치러야 할 찰나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한국평신도단체협의회 총무 심영식 장로도 “주 5일 근무제는 선진국에 적합한 제도로 우리나라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전도의 길을 막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언론위원회의 이억주 목사는 “유럽의 교회가 쇠퇴한 것은 계몽주의 사조와 진화론 등 인문주의의 득세에 의한 것이지 주 5일 근무와는 상관없다”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기독교 문화가 주일예배 정도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보다 적극적인 교회활동을 모색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신교계 내에서의 논란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선교연구원(원장 임성빈 장신대 교수)도 다음달 4일 오후 7시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주 5일 근무제와 한국교회: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연다. 이날 포럼에서는 배종석 한양대 교수와 류승원 나사렛대 교수가 각각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경제사회학적 분석과 전망’,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성서신학적 분석과 전망’을 발표하고 예능교회 조건회 목사 등이 토론에 나선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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