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수노조 11월 출범" 선언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23분


준비위원회 최갑수위원장의 기자회견
준비위원회 최갑수위원장의 기자회견
‘전국교수노동조합’ 발족을 목적으로 한 준비위원회가 설립됐으나 현행법상 대학교수의 노조활동이 금지돼 있어 교육당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준비위원회(위원장 최갑수·崔甲壽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6일 오전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교수노조출범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11월10일 교수노조를 공식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준비위 기자회견〓준비위는 기자회견문에서 “교수계약제 및 연봉제 도입, 국립대 발전방안 등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대학을 상품생산기업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고 “대학은 이윤논리가 아닌 자유와 비판정신에 의해서만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또 대통령과 교육부총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문에서 △교수계약제·연봉제 도입 중단 △사립학교법 개정 △국립대학발전계획·전문대학발전방안 저지 △공무원·교수노조 합법화 등을 요구하고 노조 출범 직후 ‘전국교수 1만인 선언’ 추진과 ‘전국교수대회’ 개최 등 본격적인 투쟁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준비위원장인 최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교수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현 교육정책은 대학구성원의 의견 수렴없이 교육부의 일방적 지침에 따라 기습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진행중”이라면서 “개별 대학 중심의 민주화운동이나 협의체 차원의 교수협의회로는 실효성과 정당성을 결여한 교육정책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 교섭권을 갖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준비위측은 11월10일까지 전국적으로 1700여명의 교수를 조합원으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준비위는 또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수노조를 60% 이상이 찬성했다면서 전망이 밝다고 전했다.

▽교수사회 반응과 전망〓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의 다수 교수들은 교수노조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교수노조가 전국 6만여 교수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표기구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전체 1500여명의 교수 중 현재까지 가입의사를 밝힌 교수는 30명에 불과하다. 준비위측은 향후 50명의 조합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 역시 현재 가입 의사를 밝힌 교수는 각각 10명 내외에 불과하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사회적 존경을 받는 직종인 교수들이 노조에 가입함으로써 스스로 노동자로 간주하는 데 따른 심리적 거부감이 없지 않다”고 교수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교수들은 “신분 안정을 위해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노조측의 주장대로라면 연구실 재실시간 등 노동자로서 지켜야 할 근무여건이 오히려 자유롭고 창의적 연구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상 교수의 노조활동이 금지돼 있다는 점도 교수노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교수노조준비위원회는 올 4월14일 전국 82개 대학 617명의 교수가 발기인으로 참석,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뒤 본격적인 설립준비활동을 벌여왔으나 현행법상 교수의 노조활동이 허용되지 않아 불법성 논란이 계속돼왔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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