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러시아 근거지 11곳 확인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43분


러시아 지역 최초의 한인마을이며 ‘13도의군(十三道義軍)’ 편성대회 장소로 추정되는 지신허(地新墟)를 비롯한 러시아 극동 지역의 한인 독립운동 근거지 11곳의 정확한 위치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가보훈처는 31일 러시아지역 독립운동 사적지 발굴조사단(단장 반병율·潘炳律 한국외국어대 교수)이 7월17일부터 20일간 연해주와 아무르주 자바이칼주 등 러시아 3개주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각종 역사자료와 러시아 농민들의 증언을 통해 연해주 남부 바라바노프강과 비노그라드나야강 사이에서 지신허 마을의 위치를 확인하고 당시의 유물로 확실시되는 집터 5곳과 연자방아 맷돌 2개, 곡식 저장 항아리 파편 등을 찾아냈다.

지신허는 1863년 함경도 농민 13가구가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가 이룩한 마을로 1937년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로 한인들을 강제이주시키면서 폐촌이 됐다. 지신허는 강제이주 전까지 1700여명의 한인들이 모여 살았고 현재 50만명에 이르는 러시아 거주 한인들의 발원지가 되는 곳.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을 지낸 최재형(崔才亨) 선생이 의병 200명과 함께 이곳을 근거지로 의병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일제강점 직전인 1910년 6월 의병장 유인석(柳麟錫) 홍범도(洪範圖) 장군 등 항일의병 세력이 국외로 망명해 결집한 ‘13도의군’의 편성장소가 지신허 또는 지신허에서 3∼4㎞ 떨어진 자피거우인 것으로 그 위치를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조사단은 직접 답사를 통해 지신허 외에도 △영안평 또는 대전자(시넬리니코보) △리포(카자케비체바) △신영동(니콜라예브카) △동개터(나홋카) △다우지미 마을 등 11개 한인마을의 위치와 전체적인 면모를 확인했다. 이로써 구한말 의병과 독립운동단체, 빨치산 부대의 이동경로와 활동지역을 표시한 ‘항일투쟁 지도’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조사단은 그동안 문헌자료에서 초기 한인마을의 하나로 기록된 ‘동개터’가 현재의 나홋카임을 확인해 국제적 무역항으로 유리한 항구조건을 가진 나홋카가 한인들에 의해 처음 개척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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