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조기유학 프랑스로 몰린다…학비전액 佛정부지원 매력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27분


프랑스 파리 근교 불로뉴비양쿠르에 사는 최모씨(45)는 요즘 프랑스에 와서 사는 맛이 난다고 들떠 있다.

9월에 중학교 4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에 진학하는 아들의 학교에 다녀온 뒤부터다. 6월 말 아들의 학교를 찾은 최씨에게 담임교사는 “최군의 학과성적이 우수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최씨는 서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2년 전 파리로 왔다. 서울의 중학교에서도 성적이 상위권이던 아들과 초등학생인 딸(10)의 장래를 위해 ‘교육 이민’을 결행한 것.

이모씨(42·여)도 지난해 3월 아들 둘을 데리고 프랑스에 왔다. 큰아들(16)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나이지만 프랑스어 실력이 모자라 동생(13)과 함께 중학교에 다닌다.

이씨는 “너도나도 자식들을 조기유학 보내는 데 우리만 뒤지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됐다”며 “아들 둘을 공부시키는 데는 돈이 적게 드는 프랑스가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한국의 조기유학생이 밀려오고 있다. 초중고교에서 한국 유학생이 거의 없던 프랑스에 최근 2년 사이에만 200명 가량 늘었다는 게 주(駐)프랑스 한국 대사관의 추산이다.

프랑스가 조기유학으로 매력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학비가 안 든다는 점. 국가에서 학비를 대주기 때문에 중고교생 1명의 한달 체재비는 3000∼5000프랑(약 50만∼85만원). 미국 등 영어권 국가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다.

특히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강한 예능 분야에 조기유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군의 가족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에 속한다. 최군의 가족은 프랑스에 정착한 친지가 입국은 물론 최씨의 일자리 주선까지 발벗고 도와줘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은 ‘그늘’이 더 짙은 게 프랑스 조기유학의 현실이다.

불로뉴비양쿠르에 사는 김모군(20)은 사립 음악학교에 다닌다. 대학에 갔을 나이지만 국립대학 진학에 실패해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에 다니는 것. 한국에 있을 때 어린 나이에 피아노에 재능을 보인 김군은 중학교 1학년 때 프랑스로 유학왔다.

부모와 떨어져서도 처음엔 잘 적응했지만 사춘기를 보내면서 매사에 흥미를 잃었다. 김군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A씨는 “프랑스 중고교가 너무 자유로워 보호자가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 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나 신분이 확실한 후견인의 보증이 있어야 하는데 부모와 함께 프랑스에 온 조기 유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은 프랑스 교민이 후견인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감한 시기의 학생들에게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영어보다 생소한 프랑스어도 프랑스 조기유학생들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 대사관의 주복룡(朱福龍) 참사관은 “프랑스 학교는 입학이 쉬운 반면 따라가기가 어려우므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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