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정보망 '구멍'…부모들이 아이찾아 전국 헤매도 감감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20분


아장아장 첫 걸음을 떼던 하얀 발에서 ‘아빠’라고 처음 부르던 작은 입술까지.

지방 공무원인 변영호(邊永鎬·45·충남 연기군)씨는 4년 전 잃어버린 막내딸 유정이(당시 3세)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97년 4월 전남 영암군 어머니집에 맡겨둔 유정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 전까지 ‘미아’는 그저 남의 이야기였다.파출소와한국복지재단에 신고했지만 제보 전화는 한 통도 없었고 변씨는 전단 7만여장을 뿌리며 전국 동사무소,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누비고 다녔다. 변씨는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다는 생각에 전국 6000여 초등학교에 전단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20일 경남 마산 신세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던 김경희(金慶熙·여·32)씨도 데리고 갔던 외동딸 예지(당시 3세)를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당시 예지가 빨간색 파카잠바에 빨간색 바지를 입고 있어 쉽게 눈에 띌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파출소 시청 보육시설 등에 수백통의 전화를 걸고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단을 들고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최근엔 미신고 보육시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이들 시설의 소재지를 찾기 위해 시청을 찾았지만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

이처럼 잃어버린 아이를 찾지 못해 눈물과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이를 찾지 못하는 장기 미아가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 미아찾기 시스템 곳곳에 ‘사각지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산망에 안잡히는 1만명〓매년 경찰에 신고되는 미아는 4000여명에 달한다. 이중 끝내 아이를 찾지 못하는 장기 미아는 300명 내외.

미아가 발생하면 일단 파출소에서 1∼2일간 보호한 뒤 부모가 나타나지 않으면 보육시설로 보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보육시설로 보내진 아동들은 모두 신상 자료가 전산 입력되고 따라서 결국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난해말 현재 정부에 신고된 전국 보육시설 271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미아 1만9005명은 모든 신상 정보가 전산망에 입력돼 있다.

문제는 미신고 보육시설. 신고 보육시설의 두배가 넘는 600여곳에서 ‘보호’받고 있는 1만여명의 아동들은 전혀 전산망에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종교단체나 개인들이 운영하는 미신고 보육시설들은 대부분 미아를 발견하면 파출소나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 등에 신고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시설로 데려간다. 운영비도 주로 바느질 농장경영 등 아동의 노동력을 이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아 부모들은 미신고 시설이 보호 아동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음성화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미흡한 정보공유 시스템〓올 6월 경찰청과 한국복지재단은 미아 전산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정보 교환을 통해 찾은 미아는 지금까지 단 3명에 불과하다. 이는 양쪽 자료가 입력과 분류 방법 등에서 차이가 커 자료 공유의 효과가 적은 탓이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모임’의 최용진(崔庸鎭)대표는 “미아찾기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아직 지지부진한 것은 업무가 경찰,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며 “미아찾기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을 만들어 미신고 시설찾기와 전산화 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잃어버렸을때…인근파출소 신고뒤 보호시설 찾아봐야 ▼

아이를 잃어버렸을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인근 파출소 2, 3곳에 전화 신고를 하는 것이다.

경찰의 ‘182 실종가출 신고센터’(국번없이 182)로도 신고를 해야겠지만 센터에서 다시 인근 파출소로 연락하므로 파출소 신고가 먼저다. 다음은 한국복지재단의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02-777-0182)로 신고한다.

전화 신고 후에는 바로 아이의 사진을 들고 파출소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 또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에도 아이의 사진을 들고 찾아가야 한다.

인근 주민들에게 아이가 발견됐을 경우 대개 파출소와 구청 가정복지과 등을 거쳐 다음날이면 시단위 일시보호소로 넘겨진다. 일시보호소에 도착한 미아들의 정보는 3일 이내에 아동카드로 작성돼 다시 우편으로 한국복지재단에 전달된다. 파출소를 떠난 아이들이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 전산망에 입력되는데까지 3일가량 걸리는 셈. 일시보호소에선 최장 3개월간 아동을 보호한 뒤 보육시설로 다시 인계한다.

따라서 파출소에 들른 미아의 부모들은 구청 가정복지과를 찾아가 해당 지역 일시보호소와 보육시설의 위치, 전화번호 등을 구해야 한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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