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게 옳은지 모르겠다" 韓 52% 美 12%

  • 입력 2001년 3월 30일 19시 04분


《이번 조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만 20세부터 39세까지의 남녀를 대상으로 16일부터 23일까지 8일 동안 실시됐다. 한국과 미국 모두 전국적으로 각각 1000명을 표본추출해 조사했으며 20, 30대의 성별 연령별 모집단 비율에 맞게 조사 대상자를 표본추출해 조사했다. 한국에서는 지역별 모집단 인구 비율에 따라 응답자 수를 할당한 뒤 지역별로 성별 연령별로 할당해 표본을 추출하는 비례할당 추출법을 사용했고, 조사원이 가구를 방문해 응답자와 개별 면접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미국에서는 컴퓨터를 활용한 전화조사시스템(CATI)을 활용해 무작위 추출법으로 선정된 응답자를 대상으로 전화 면접을 실시했다. 한국에서는 리서치 앤 리서치(R&R), 미국에서는 족비(Zogby) 인터내셔널이 조사를 맡았으며 표본오차는 한국과 미국 모두 95% 신뢰 수준에서 ±3.2%이다.》

▼여가생활-자원봉사…한국인 문화활동 저조▼

20, 30대 한국인들은 미국인들보다 운동이나 문화생활 등 개인적인 여가 활동을 훨씬 적게 하고 자원봉사활동도 극히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한국인들 중 23%만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있으며 주로 헬스나 수영, 조깅 등을 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인들은 87%가 걷기, 조깅, 헬스, 자전거타기 등 규칙적으로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은 영화, 연극과 뮤지컬, 음악회, 오페라, 스포츠경기,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 등의 문화생활도 많이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1년에 영화를 한번도 보지 못한 20, 30대가 34%였고 연극이나 뮤지컬, 음악회, 오페라는 80% 이상이 1년에 한번도 못 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훨씬 많고 관람 횟수도 많았다. 또 한국인들은 20대의 영화 관람 비율이 높고 30대는 그 비율이 낮아지는데 미국인들은 연령별로 차이없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점도 달랐다. 인터넷 접속 실태는 전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인이나 미국인 모두 40% 이상이 매일 인터넷에 접속하고,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거나 접속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는 한국 34%, 미국 21%였다.

한편 20, 30대 한국인과 미국인들의 자원봉사활동 실태를 보면 그 차이가 매우 크다. 한국인은 85%가 1년에 한번도 자원봉사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인은 반대로 83%가 자원봉사활동을 했다고 응답했다.

▼가치관-생활만족도▼

20, 30대 한국인의 절반 정도(52%)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 모를 때가 많다’고 응답해 삶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58%가 ‘우리 사회는 정당한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응답했고, 42%는 ‘우리 사회에서는 법과 질서를 지키면 손해본다’는 반응을 보여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 및 법질서에 대한 신뢰 상실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사회에 대한 불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우리 사회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명 중 1명 꼴인 24%였고 76%는 불만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인의 경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 모를 때가 많다’ ‘정당한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법과 질서를 지키면 손해본다’고 응답한 사람은 각각 10% 정도였다. 대신 미국 사회에 만족한다는 미국인은 60%나 됐다.

가정 생활, 직장 생활, 여가 및 취미 생활 등 개인 생활에 대한 한국인의 만족도는 사회에 대한 만족도보다는 높지만 미국인의 만족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20, 30대 미국인의 만족도는 가정 생활 96%, 여가 및 취미 생활 91%, 직장 생활 90%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인의 만족도는 가정 생활 89%, 여가 및 취미 생활 48%, 직장 생활 70%로 여가 및 취미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낮았다.

한국인의 삶의 목표는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것’(45%)과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42%)이 가장 많았다. 삶의 목표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20대 초반은 54%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것을 꼽았지만, 30대 후반은 그 비율이 37%로 줄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을 삶의 목표라고 응답한 사람이 51%나 돼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인 여유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편 미국인 응답자의 66%는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것’을 삶의 목표라고 응답했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응답한 사람도 19%나 됐으며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7%뿐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도 경제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주요인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한국 19%, 미국 24%). 다음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요인으로는 직업이나 업무와 관련된 것(한국 15%, 미국 19%)과 자녀문제(한국 11%, 미국 11%)를 많이 꼽았다.

미국인도 경제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며, 한국인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제적인 문제가 현실적인 문제가 되면서 경제적인 여유를 삶의 목표로 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삶의 목표와 관련해 정부에 대한 기대를 비교해 보면 한국인은 경제 번영(44%) 사회복지(27%) 사회질서(11%) 등을 많이 기대하고, 미국인은 군사적 안보(30%) 개인의 자유 보장(23%) 교육(11%) 등을 많이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이혼…韓 63% 美 51% "결혼할 필요 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20, 30대 한국인과 미국인의 생각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결혼생활에서 비중을 두는 부분도 약간 달랐다.

20, 30대 한국인은 63%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21%)거나 ‘하는 것이 더 좋다’(42%)고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51%(반드시 해야 한다 26%, 하는 것이 더 좋다 25%)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국인의 경우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33%)거나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2%)고 생각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 꼴이었다.

충분한 이혼 사유로 한국인은 성격 차이(65%), 폭력(65%), 외도(60%), 애정이 없어졌을 때(37%), 상습적인 음주(20%)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미국인은 폭력(84%), 외도(74%), 애정이 없어졌을 때(51%), 상습적인 음주(47%), 성격 차이(31%) 등의 순으로 꼽았다.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배우자의 폭력, 외도, 음주, 애정 부족 등을 더 중요한 이혼 사유로 생각하고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성격 차이를 더 중요한 사유로 여기는 셈이다. 성적 불만족을 이혼 사유로 꼽은 비율은 한국인 12%, 미국인 14%였다. 기혼자가 애인을 갖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한국인이 15%인데 비해서 미국인의 경우 절반에 못미치는 6%였다. 미혼모에 대해서는 미국인의 47%, 한국인의 23%가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직장생활-재테크…韓 33% 美 57% "직장 세번이상 옮겨"▼

한미 양국 모두 20, 30대 직장인들은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경우 44%가 직장을 한두번 옮겼으며 세번이상 옮긴 경우도 33%나 됐고 한번도 옮기지 않은 사람은 24%에 그쳤다.

미국인들은 세번 이상 옮긴 경우가 57%나 돼 한국인보다 더 자주 직장을 옮기는 편이었다.

직장을 선택할 때 보수(한국 28%, 미국 19%)와 장래성(한국 27%, 미국 24%)을 중시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국 모두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일하는 시간이나 휴가, 동료나 직장 분위기 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20, 30대인 직장인들은 50대 혹은 60대까지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미국에서는 50대까지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38%로 한국(29%)보다 많았고 60대까지 일하고 싶다는 응답은 34% 정도로 비슷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저축(83%)을 통해 재테크를 하고 주식투자(7%)나 부동산투자(4%)를 하는 사람은 적었다. 그러나 미국인은 저축(57%) 주식투자(54%) 부동산투자(15%) 골동품 미술품을 통한 재테크(12%) 등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관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한국에서는 5가구 중 4가구(80%)가 수입을 부인이 관리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24%만 부인이 관리하고 40%는 수입을 각자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7%만 각자 관리한다고 응답했다.

<나선미동아미디어연구소전문위원>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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