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한국교육 현실 토론회]"조기교육만이 능사인가"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49분


‘조기유학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교육이민인가, 직업이민인가.’

30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개최한 ‘한국교육의 현실과 조기유학(유학이민)의 명암’이란 교육정책 포럼에서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의 폐해 및 공교육 부실 등에 대한 비판 등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직업 불안이 ‘교육 이민’을 부른다〓서울대 이미나(李美娜·사회교육과)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직장인들이 평생 직장의 개념이 깨진 뒤 불안감이 커져 이민을 꿈꾸면서 교육을 핑계로 댄다”면서 ‘교육 이민’의 상당수는 사실상 ‘직업 이민’이라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공교육이 부실해 학부모의 위기 의식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므로 대안학교, 자립형 사립학교, 영재학교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유학 환상은 금물〓미국 웨스턴워싱턴주립대의 김형찬 교수는 “미국은 청소년을 양육하기 힘들어 부모가 항상 옆에서 격려하고 도와줘야 무사히 고교를 졸업할 수 있다”며 “부모의 이해나 보살핌이 없는 이질적 문화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마약이나 갱단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의 벨링햄 공립교육구의 고광옥 교육상담사도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마리화나를 피우다 퇴학당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부모의 반대로 귀국하지 못해 노이로제에 걸리는 등 조기 유학생 부적응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상담사는 “미국의 우수 인력이 교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수업 분위기도 산만한 경우가 많으니 환상은 금물”이라며 “창의력 있는 학생이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할 수는 있으나 누구에게나 미국 교육이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의 헛짚기와 사회의 이중성〓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전풍자 이사장은 “당국과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유학생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에서 느껴지는데 정부는 핵심을 못 짚고 있다”라며 “한달 사교육비가 50만원이상 드는데 1년에 52만원 절약되는 중학교 의무교육이 과연 시급한 과제였나”라며 정부를 질타했다.

강태중 중앙대교수(교육학)는 “전인교육을 부르짖다가도 자식 일이라면 명문대 입학을 위한 주입식 교육을 원하는 이중성이 교육 개혁의 걸림돌”이라며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위주의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문 조사〓교육개발원이 21일 전국 초중고교생 학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3%가 조기 유학에 반대했고 33.5%가 찬성했다.

조기 유학의 이유(복수 응답)로 △영어 능력과 특기 개발 36.4% △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족 35.5% △과다한 과외비 34.0% △학벌 위주 사회와 극심한 대입경쟁 24.5% 등을 들었다. 해외 이민의 이유로는 ‘자녀 교육 때문으로 본다’는 응답이 33.3%였고 △사회 불안 31.2% △지나친 경쟁 풍토 16.8% △취업이나 사업상 이유 2.6% 등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64.4%는 ‘공교육이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대답했고 교육 발전을 위해 ‘입시제도개선 및 대입경쟁완화(21.3%)’ ‘국민 의식 변화(16.6%)’ ‘교육 내용과 방법 개선(15.5%)’이 이뤄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