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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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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우선 서구의 비엔날레와 구별되는 아시아적 정체성을 확보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의 권위지 르몽드(4월 15일자)는 광주비엔날레를 남미에서 현대 미술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비유하면서 “광주비엔날레가 아시아에서 현대 미술의 사거리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르피가로(4월 4일자)도 ‘우리로 하여금 아시아 현대 미술의 놀라운 잠재력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요 관심사’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본전시에 출품된 98점의 작품중 한국과 중동을 포함해 아시아권 출품작이 40%를 넘었다. 관람순서도 아시아가 첫 코스였다. 또 2002년 독일 카셀도큐멘터 예술감독을 맡은 우쿠이 엔웨조르는 아시아권 커미셔너 일본인 타니 아라타(谷新)의 능력을 가장 높이 평가됐다. 현대미술의 강국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도 파격적이다.
물론 상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르몽드는 특별전 5개 중 ‘한일현대미술의 단면’전을 제외하면 예술적이라기 보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냄새가 풍긴다고 꼬집었다. 본전시에 출품된 북미작가의 작품도 수준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위작시비가 있었던 특별전 ‘북한미술의 어제와 오늘’에 전시된 월북작가 김관호의 작품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유감이다.
손익 측면에서는 올해도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지만 관객수는 1회 160여만명, 2회 90여만명에서 60여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내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하랄드 제만은 이에 대해 ‘너무 많은 관객이 몰리는 것은 박람회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좋지 않고 관객이 줄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미술전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60만명이란 인원도 너무 많아 제대로된 작품감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관객을 최대한 동원, 수익을 높이려는 사무처측과 전시에 충실하려는 전시기획실측의 알력도 끝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오광수(吳光洙)전시총감독은 폐막총평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아직도 전남 광주의 지역성을 충분히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남 광주인사가 80%를 차지하고 있는 재단이사회의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열리게 될 상하이(上海)비엔날레나 요코하마(橫浜)트리엔날레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