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전업조각가 '한진섭-민규홍' 개인전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02분


국내 조각계가 한진섭(44)과 민균홍(42)처럼 역량있고 성실한 40대 전업 조작가를 갖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가나아트갤러리에서 25일까지 8번째 조각전을 갖는 한진섭. 홍익대 출신으로 이탈리아 유학파인 그는 오랫동안 돌을 소재로 한국미의 '질박감'을 추구해 왔다. 그의 작품은 그래서 삼국사기에서 백제건축을 두고 평한 것처럼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은' 한국미의 전형이다. 분당 이매동 자신의 집에서 경기 안성의 작업장까지 매일 출퇴근 하며 작업을 한다.

83년 이탈리아 피사 국제미술공모전에서 조각부문 1등상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카스텔란자 시립박물관과 베로나 스타디움, 일본 하코네 야외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97년 가나화랑대표작가로 FIAC에 참가했을 당시 전시장에 왔던 자크 시라크프랑스 대통령이 출품작을 구입,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 소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새에는 종교미술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강화도 대화성당, 분당 요한성당, 바오로성당의 제대 성수대 감실 지붕십자가 등을 봉헌했다. 이번 전시에는 특유의 여유와 해학이 담긴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최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전시회를 가진 민균홍.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프랑스 유학파인 그는 금속을 소재로 세련된 미적 감각을 추구온 작가다. 88년 조셉 엡스타인 조각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98년말 귀국한 이래 전혀 연고가 없는 충남 금산의 오지로 이주, 부인 세자녀와 함께 생활하며 외부 나들이도 삼간 채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철과 알루미늄을 위주로한 최신작은 그래서 금산의 맑은 공기와 소리, 바람이 그대로 느껴진다. 과감하면서도 절제미가 느껴지는 작품들로 금속을 소재로했지만 자연의 율동과 속삭임이 느껴진다.

작가의 장래성을 보는 눈이 남다른 화랑주인이 전시를 일주일가량 연장해 주고 자신이 직접 작품 한 점을 구입해 주었을 정도로 역량을 인정하고 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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