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 사인?]문국진교수 "일산화탄소 중독"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58분


독사로 하여금 가슴을 물게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그는 정말로 독사에 물려 죽었을까. 그게 아니라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사망했다는 이색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법의학자인 문국진 고려대명예교수가 최근 발표한 글 ‘법의학자가 본 클레오파트라의 사인 분석’.

지금까지의 통설은 독사 독약으로 인한 사망설. 자살을 결심한 클레오파트라가 두 명의 하인을 데리고 무덤에 들어간 뒤 몰래 들여온 독사로 자신의 가슴을 물게 해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에 대한 별다른 의문은 없었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의 최후를 묘사한 많은 미술작품에도 이렇게 그려져 있다. 물론 입술을 물게 했느니 손이니 왼쪽 가슴이니 오른쪽 가슴이니 하는 논란은 있었지만.

그러나 문교수는 이같은 통설에 의문을 던진다. 당시 이집트엔 독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 독사 한 마리가 세 사람을 죽일 만한 독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 등 서양에서의 여러 이론들을 거론한다.

문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클레오파트라의 최후의 현장 모습을 묘사한 기록. ‘클레오파트라는 침대 위에 옆으로 쓰러져 죽어 있었다. 하인 한 사람은 여왕의 발밑에 쓰러져 있었고 다른 한 명의 하인은 문간 쪽을 향해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기록 내용이다.

그는 이러한 최후의 모습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을 추론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사망할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문교수는 “연탄가스 등에 중독되어 사망할 때, 무의식중에 살아나가려고 문간을 향해 움직이다 죽는 사람이 많다. 클레오파트라 역시 석탄 등을 연소시켜 나온 일산화탄소나 독가스에 중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법의학적인 분석”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와 같이 거만하고 아름다운 여왕이 마치 잠에 들 듯 고통없이 최후를 맞이하려 했다면 독사보다는 일산화탄소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아울러 클레오파트라가 죽을 때 무덤의 방문을 꼭 잠갔다는 점, 평소 독가스의 효능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도 가스 중독설을 뒷받침한다고 문교수는 말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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