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삶의 질' 열악…"직업만족" 58% 불과

  • 입력 2000년 1월 2일 20시 37분


우리나라 중앙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민간기업 종사자들 보다 직업에 대한만족도가 낮고 경제여건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퇴근시간을 넘겨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많고 여가시간도 충분하지 못해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1~12월 47개 중앙ㅇ 행정기관의 공무원 1002명과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의 민간기업 종사자 5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직업 만족도▼

민간기업 종사자의 경우 응답자의 71.2%가 '직업에 만족한다'고 답한데 비해 공무원은 58.2%가 '만족한다'고 밝혔다.

만족도를 6점 척도(점수가 높을수록 만족도가 높음)로 측정한 결과 민간기업의 경우 남성의 만족도(4.05)가 여성(3.83)보다 높았다. 반면 공무원은 남성(3.75)이 여성(3.91)보다 낮았다.

공무원 중 실국장 등 상위직의 만족도(4.05)는 높은 반면 6,7급 등 하위관리직(3.67)의 만족도는 낮았다.

'직업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의 직업을 다시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해 민간기업 종사자는 49.6%가, 공무원은 35.2%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경제사정과 주거▼

경제사정이 '매우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공무원 10.4%, 민간기업 종사자 2.3%로 공무원이 4배 정도 많았다. 경제 사정의 정도를 6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민간기업 종사자의 경우 3.3~3.9점으로 직급별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공무원은 사위직이 3.67점인데 비해 하위직은 2.87로 하위직의 가계 사정이 훨씬 열악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따라 가계 걱정을 '매우 자주한다'는 비율도 공무원(13.3%)이 민간기업 종사자(5.4%)보다 훨씬 높았고 맞벌이 비율도 공무원(39.7%)이 민간기업 종사자(27.7%)보다 높았다.

주택 소유 비율은 공무원이 49%로 절반에 못미친 반면 민간기업 종사자는 55.3%였다.

▼가족생활▼

가족생활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은 공무원 78.5%, 민간기업 종사자 85%. 민간기업 종사자의 경우 가족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직급별로 6점 만점에 4.28~4.69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반면 공무원의 경우 상위직의 만족도가 4.81점, 하위직은 4.19점으로 직급이 낮을수록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는 업무량은 많은 반면 보수 수준은 낮아 가족생활에 투자할 시간적 물질적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가생활▼

일주일 동안 사용하는 평균 여가시간을 묻는 질문에 '여가시간이 거의 없다'고 답한 비율은 민간기업 종사자가 16.4%, 공무원은 25.3%였다.

지난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고 집에서 보낸 경우는 공무원 52.7%, 민간기업 종사자 43.5%로 공무원이 훨씬 많았다.

이에 따라 여가시간에 대한 만족도도 민간기업 종사자는 48.6%가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공무원은 31.8%만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진영기자> ec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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