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문화·인간/경제학]최고의 학자 '하이에크'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05분


신자유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하이에크(F.A.Hayek)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학문세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깊고 넓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한다.

1899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태어난 하이에크는 32세의 나이에 영국 런던경제대(LSE)에 교수로 초빙된 뒤 주로 영미권에서 활동했다. 당시에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1920년대 경제위기를 예견한 공로로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하이에크는 일생동안 케인즈와 그의 추종자들의 접근방식에 숨어있는 경제계획과 개입주의에 대해 열정적으로 비판했다.

1930년대 시작한 ‘사회주의 계산논쟁’도 그의 빛나는 업적중 하나. 디킨슨 랑게 등 신고전파 시장사회주의자들과 벌인 논쟁에서 그는 사회주의 체제가 궁극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반세기 후인 1989년 소련및동구의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함으로써 하이에크의 예언은 적중한다.

그가 일생 동안 사회주의 및 케인즈주의 비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회질서는 비록 개인들의 행위와 그 상호작용의 결과로 형성되지만 어느 개인의 의도도 개입할 수 없는 자생적 질서라는 것이다.

사회는 인간의 인식과 지적능력을 뛰어넘는 것이며 따라서 인간의 의도적 ‘계획’이나 설계에 따라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하이에크는 사회가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개인적 자유가 필요하며 자유를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새로운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질서의 고유한 능력을 침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그의 이론체계가 ‘오늘날 전세계의 지적 정치적인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20세기 내내 세계를 양분했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 모두에 대해 그만큼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상헌(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경제학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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