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중앙亞-中南美연구 역저 2권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국내학계에서 소외당해 온 중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연구. 이들 분야에 집요하게 매달려 온 두 전문가가 최근 나란히 역저를 냈다. 김호동 서울대교수(45·동양사학과)의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 이성형 서울대초빙교수(40·국제지역원)의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림자’. 한국 인문학의 깊이를 더해주는 역작들로 평가받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림자' 이성형지음/ 한길사 펴냄/ 493쪽 2만원▼

라틴아메리카는 80년대 종속이론의 유행과 관련해 잠시 우리나라 지식인 사이에서 주목을 받다가 관심에서 멀어졌으나 97년 말 IMF사태가 닥친 이후 경제위기 극복의 모델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이런 관심의 기복과 상관없이 80년대부터 줄곧 라틴아메리카 연구에 전념해 왔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와 경제’라는 부제의 이번 저서는 라틴아메리카에 관한 그의 네 번째 연구서다.

이교수는 “80년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라틴아메리카의 경제개혁은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와 빈곤층의 양산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가진 문제점을 진단하는 이 연구서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브라질 대통령 페르난두 엔리키 카르도주, 멕시코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옥타비오 파스, 페루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바르가스 요사 등 80년대 좌파적 입장을 주도하던 라틴아메리카의 지식인들은 이제 거의 신자유주의의 기수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추세 속에서 라틴아메리카가 독자적 대안을 찾아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이제는 시장경제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진단한다. 이런 모색이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미국의 시각과 정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주체적 연구를 통해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 각 지역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IMF사태 이후 세계의 지역연구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중단돼 사회적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지역전문가가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 김호동지음/ 사계절 펴냄/ 392쪽 1만8000원▼

서양과 중국으로부터 모두 소외당해온 비운의 지역,중앙아시아.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중국의 서북부 동(東)투르키스탄 신장(新彊)지역의 19세기 중반 무슬림의 혁명기를 집중적으로 고찰한 연구서다. 청의 지배를 받던 신장지역의 무슬림은 1864년 청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대대적인 반청(反淸) 봉기를 감행한다.

그리고 야쿱 벡이라는 혁명 지도자에 힘입어 무슬림 단일 독립국가를 수립한다. 하지만 불과 십수년 뒤인 1877년 청에 다시 정복되면서 혁명은 실패로 막을 내린다. 비록 짧았던 혁명의 시기였지만 신장지역의 무슬림에겐 아직도 성스럽고 소중한 역사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신장지역 무슬림 혁명의 전야(前夜)부터 몰락까지, 그 ‘격앙된’ 10여년의 역사를 생생하고도 세밀하게 복원해 냈다. 신장지역, 그것도 19세기 무슬림 혁명에 관한 연구서는 중국에서도 희귀한 편. 중국의 눈으로 보면 무슬림혁명은 반(反)정부운동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덕목은 당시 역사를 촘촘하게 재구성했다는 점, 그들의 역사를 중국 한족의 시각이 아닌 신장 무슬림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 또한 무슬림의 기록이 담겨있는 필사본 등 관련 사료를 풍부하게 활용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앙아시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20여년간 중앙아시아사에만 대달렸다. 그는 “중국이 한자를 사용하는 한족(漢族)만의 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섞여있는 국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복합적인 면을 모두 볼 수 있어야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주인공의 눈으로 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다양성을 들여다 볼 때 제대로 역사와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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