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문화 긴급진단]젊음 발산할 놀이공간 확보를

  • 입력 1999년 11월 2일 20시 49분


학교문을 나서면 유흥업소밖에 갈 곳이 없는 척박한 청소년문화 토양과 그 사각지대에서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악덕상혼은 이제 시민들에게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타개해 ‘제2의 인천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할 방법이 정말 없느냐는 대목이다.

현시점에서 ‘당장’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중고생에게 술을 파는 악덕 유흥업소에 대해 경찰 등 행정력과 교육단체 학부모 등이 함께 참여해 장기간 강도높은 합동단속을 실시해 이번만은 반드시 ‘청소년 상대의 주점’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목소리다.

▼악덕상혼 뿌리뽑아야 ▼

청소년관계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나라치고 청소년들을 상대로 버젓이 술을 팔며 이같은 현실이 공공연한 비밀로 유통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달리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 등 선진국은 미성년자에게 술 등 유해약물을 파는 건 엄두도 못 내며 만약 이같은 일이 적발될 경우 면허취소 등을 포함해 가중처벌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강지원(姜智遠)위원장은 “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악덕 유흥업주는 이땅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찰, 일선 행정기관 등과 협조해 강력히 단속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청소년을 출입시키는 유흥업소는 단 한번에 영업을 취소시키는 등 엄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에게 술을 판 업소에 대한 과징금이 100만원에 불과한데다 행정당국의 감독의지도 약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디오방 소주방 등 청소년출입불가업소 업주들 사이에는 처벌을 받더라도 우선 청소년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현실이다.

서울 YMCA 이승정(李承庭)청소년사업부장은 “청소년을 상대하는 불법유흥업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거나 이들과 결탁해 온 행정당국의 무사안일에도 큰 책임이 있다”며 “우선 무사안일한 공무원을 강력히 제재해 결과적으로 악덕상혼이 번성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기회에 근본대책을▼

또 김홍규 연세대교수(도시공학)는 “청소년이 많이 찾는 노래방 등 청소년대상업소 대부분이 지하에 있지만 비상구가 없거나 조악한 내장재를 써 화재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적법한 청소년대상업소라 하더라도 시설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청소년문제를 최우선적 정책과제로 인식하는 정부와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해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문화적 기회와 공간을 학교 울타리 안팎에서 충분히 제공하는 등의 대책이 근본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웅(金光雄·숙명여대교수·아동복지학)청소년복지학회장은 “청소년들 대부분이 억압된 에너지를 승화시킬 기회가 거의 없다”며 “봉사활동과 다양한 문화활동의 기회를 제공해 성인문화와 구분되는 독자적 문화를 형성케 하는 길이 비뚤어진 청소년문화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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