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디자이너 최형오 美연극상 후보 올라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16∼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재공연되는 뮤지컬 ‘명성황후’. 이번 공연에서는 조명이 ‘조명’을 받게 됐다. 비영어권 작품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지역의 권위있는 연극상인 ‘오베이션 어워즈’에서 조명디자인상 수상후보로 올라 있기 때문이다.

‘명성황후’ 조명디자이너 최형오씨(40). 서울예대 재학 시절 드라마센터에서 이상봉씨(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밑에서 조명일을 시작한 이후 그는 20년간 문예회관과 예술의전당 무대 뒤에서 묵묵히 빛을 만들어왔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빛의 철학은 ‘생명력’. 아무리 현란한 조명일지라도 단 1초의 타이밍을 놓치면 배우의 연기와 공연의 흐름을 놓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가 디자인한 ‘명성황후’의 조명은 컬러와 밝기의 변화가 200회가 넘는다. 대부분의 관객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빛의 움직임이다. 화려한 궁중의상과 군중 신이 등장하는 ‘명성황후’의 기본적인 색감은 단청색. 그러나 중요 장면에서는 ‘다크 블루’와 ‘호박색’을 섞어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명성황후가 죽은 뒤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합창이 울려 퍼지는 피날레는 그가 가장 아끼는 장면. 칙칙한 어둠 속에 휩싸여 있다가 점차 핑크빛→황토빛→흰빛으로 변화하는 무대. 이 장면을 위해 최씨는 동해의 일출을 보면서 빛의 변화를 연구하기도 했다.

20년간 그가 조명을 맡은 공연은 500여편. 91년 이윤택 연출의 ‘길 떠나는 가족’으로 동아연극상에서 유일하게 조명분야로 무대미술상을 받기도 했다.

“아직도 조명디자이너는 극장의 직원 수준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불과 20년 밖에 안된 우리의 조명기술이 200년 역사의 서양의 조명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02―1588―7890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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